‘무조건 더 던진다’ SK 선발진의 분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07 10: 30

이만수 SK 감독이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갈 때, 선발 투수들은 좀처럼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던지겠다”라며 투지를 불태운다. 그런 SK 선발진의 눈물겨운 분전이 팀의 반등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한 때 부진했던 기억을 깨끗하게 만회하는 팀 플레이다.
주중 두산과의 2경기, 그리고 6일 문학 롯데전을 모두 잡은 SK는 26승27패를 기록해 지난 5월 6일 이후 첫 5할 승률 복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최정, 루크 스캇, 윤희상, 박진만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나간 가운데 나머지 선수들이 똘똘 뭉쳐 거둔 의미 있는 성과였다. 팀 분위기도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상황으로 다시 한 번 4강 싸움에 돌입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다.
여러 선수들이 공신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선발진의 분투도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다. SK는 5월 한 달 동안 선발진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로스 울프와 윤희상의 부상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컸고 나머지 선발 투수들도 썩 좋지 못한 성적을 냈을 때다. 실제 SK는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던 5월 1일부터 20일까지 단 2번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압도적인 리그 최하위였다. 같은 기간 NC와 삼성은 10번씩을 기록했다.

결국 이는 불펜에 부하가 걸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불펜 전력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운 SK로서는 팀 마운드가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체력이 떨어진 불펜 투수들도 철인은 아니었다. 구위에 기복이 심했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은 7.20으로 꼴찌였다. 팀의 추락도 길어졌다.
하지만 선발진이 자신들이 만든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면서 힘을 되찾고 있다. SK는 5월 21일부터 6일까지 총 5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그 중 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주목할 수 있다. SK의 이 기간 QS+는 총 4번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6이닝도 버티지 못했던 선발들이 이제는 7이닝을 필사적으로 막는 경기가 늘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광현, 울프, 조조 레이예스, 채병룡이 모두 한 차례씩 QS+를 해내며 불펜의 숨구멍을 열어줬다.
경기당 투구수에서도 SK 선발 투수들의 분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SK 선발 투수들은 경기당 98.8개의 공을 던졌다. 사실상 공석인 5선발이 평균을 깎았을 뿐 네 명의 선발 투수들은 더 많은 투구수를 소화했다. 김광현이 평균 113개, 채병룡이 110.3개, 레이예스가 108.7개, 울프가 100개였다. 접전 상황일수록, 휴식일 상황에 다소 여유가 있을수록 투구수는 더 늘어났다.
최근 3연승 기간 중에서도 선발 투수들의 분투는 빛났다. 물론 서로 성적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죄다 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수 기록을 경신했다. 4일 문학 두산전에서 울프는 118개, 5일 문학 두산전에서 김광현은 117개, 6일 문학 롯데전에서 채병룡은 120개를 던졌다. 다음주 4일 휴식 일정도 고려됐지만 한계투구수에 이르러서도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선수들의 투지가 빛났다. 이런 선발 투수들의 희생을 보며, 동료들이 딴 생각을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선발들이 만든 불꽃이 SK를 일으키고 있다.
skullboy@osen.co.kr
김광현-울프-채병룡.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