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방향 안가리는’ 이재원, 공포의 기록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07 06: 36

이재원(26, SK)의 방망이가 “타율은 자연스레 떨어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시선을 비웃고 있다.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다시 오르는 추세다. 이재원의 대단한 방망이를 실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이재원은 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5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전날까지 4할3푼9리였던 이재원의 타율은 4할4푼6리까지 올랐다. 5월 말 당시 이재원의 타율은 4할2푼9리였다. 이마저도 높게 느껴졌는데 6월에 16타수 10안타를 치며 타율이 더 올랐다. 4할 달성 여부는 추후에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지만 어쨌든 이재원의 좋은 타격감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3경기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감을 조율했다. 4일 문학 두산전에서는 2안타, 5일 문학 두산전에서는 3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5일 경기에서는 2루타만 세 방을 몰아치며 분전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6일 문학 롯데전에서는 5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화끈하게 타율을 끌어올렸다. 올 시즌 9번이나 3안타 경기를 기록했던 이재원에게도 4안타 경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매 경기 멀티히트나 3·4안타 경기를 펼칠 수는 없다. 타격은 기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이재원의 타격감이 좋은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여기저기서 보이기 때문이다. 구질, 코스, 그리고 타구 방향까지도 가리지 않는 컴퓨터 타격이 계속되고 있다. 타율이 떨어지더라도 최소한으로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우선 이재원은 올 시즌 장타보다는 정확성에 초점을 둔 스윙을 하고 있다. 홈런을 의식한다면 은연 중에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스윙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재원의 타구 분포는 비교적 고르다. 6일까지 좌측으로 74개, 중앙으로 38개, 우측으로 44개를 보냈다. 우타자 치고는 우측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수비 시프트도 쉽지 않다. 한 타 구단 선수는 “이재원의 경우는 우중간을 좀 더 틀어막는 선택을 한다. 다만 그 이상은 쉽지가 않다”라고 털어놨다.
참을성도 좋은 편이다. 이재원은 올 시즌 헛스윙 비율은 7.8%다. 리그 평균(8.9%), 그리고 4번 타순 평균 헛스윙 비율(9.3%)보다 낮다. 반면 파울 비율은 18.2%로 4번 평균 파울 비율(16.1%)보다 높다. “타석에서 쉽게 죽지 않는 것이 목표”라는 이재원의 각오가 잘 묻어나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볼넷을 고르기보다는 때려서 출루하는 유형의 선수지만 전체 사사구도 21개로 삼진(24개) 개수와 큰 차이가 없다.
투수 유형에도 굴하지 않는다. 왼손 투수에 강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이재원이지만 오른손이나 옆구리 유형의 투수에도 전혀 약하지 않다. 올 시즌 이재원의 투수 유형별 타율은 왼손(.481) 오른손(.438) 옆구리(.400)으로 모두 4할 이상이다. 특정 유형에 약하지 않다는 것은 이재원이 경기마다 기복 없이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구질도 마찬가지다. 변화구와 직구를 가리지 않는다. 이재원은 최근 3경기에서 친 9개의 안타 중 직구 및 빠른공 계통의 공을 4번 받아쳤다. 여기에 체인지업이 좋은 유희관(두산)과 쉐인 유먼(롯데)를 모두 두들기며 체인지업만 4개를 쳐냈고 나머지 하나는 슬라이더였다. 최근 상대 투수들이 감이 좋은 이재원을 상대로 직구 승부보다는 변화구로 최대한 방망이를 유인하고 있는데 이재원이 이를 참아내고 실투는 안타로 연결시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야안타를 뽑아내기 어렵다는 점, 앞으로 견제가 계속 심해질 것이라는 점, 그리고 포수로도 출전해야 하는 사정상 체력관리가 어렵다는 점 등 앞으로 변수는 많다. 하지만 이재원은 올 시즌 6일 현재 204타석을 소화, 이미 시즌 규정타석(396타석)의 절반 이상을 채운 상황이다. 이런 장점, 그리고 4할 타율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고 납득할 만한 타구를 만들겠다는 초심을 잘 지킬 수 있다면 대기록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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