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면 다 자기를 칭찬해주는데 즐겁지 않겠어요?”
이리저리 근심과 걱정이 많은 김시진 롯데 감독이다. 그래도 팀 내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32)에 대한 이야기에는 항상 미소를 머금는다. 뛰어난 활약을 벌이고 있는 지금도 지금이지만 앞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팀에 거의 완벽하게 적응했기 때문에 슬럼프나 부진에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히메네스는 올 시즌 40경기에서 타율 3할7푼, 11홈런, 45타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4번 타자로 확실한 구심점 몫을 하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복귀 후 맹활약이다. 팬들과 관계자들의 입을 벌어지게 하는 장타력 뿐만 아니라 해결사 능력, 그리고 친근함까지 여러 매력을 갖춘 선수로 인기가 폭발적이다. 롯데도 굴러 들어온 ‘복덩이’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뛰어난 활약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히메네스인데 융화력과 넉살까지 갖춰 더 인기가 높다. 롯데를 넘어 한국프로야구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를 기세다. 6일 문학 SK전을 앞두고도 김시진 감독과 한참 유쾌한 대화를 주고 받은 히메네스는 연습 타격 때 연속으로 홈런 타구를 만들어내며 화끈한 팬 서비스를 했다. 이를 지켜보던 롯데 팬들은 물론 SK 팬들도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을 정도였다. 히메네스도 박수에 익살스러운 포즈로 답례하며 더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김시진 감독은 “능력도 있겠지만 팀에 적응을 잘했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원래 고용했던 자신의 개인 트레이너도 돌려보냈다. 일본 문화를 생각하고 왔는데 한국에서 동료들이 잘 해주고 밥도 같이 먹고 그러다보니 개인 트레이너가 필요없었다. 다 마음이 편하니까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감독은 “밖에 나가면 부산 야구팬들의 관심을 자신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신바람이 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많은 부양가족을 책임져야 해 고독했던 히메네스가 이렇게 큰 환대를 받으며 뛴 적은 없었다. 기분이 좋으니 덩달아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이 김 감독의 분석이었다.
이런 히메네스의 성품과 신바람은 향후 찾아올 수 있는 부진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국내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는 외국인 선수라고 하더라도 언어와 문화 등 엄연히 외국인 선수가 뛰어넘기 힘든 장벽은 있기 마련이다. 김 감독은 “투수코치 시절 외국인 투수도 봤지만 팀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은 부진이 찾아왔을 때 결국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라며 팀 융화력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이미 이 부분에서 검증이 됐다. 동료, 코칭스태프, 프런트, 심지어 구단 밖 야구 관계자들이나 팬들과도 유쾌한 장면을 연출하며 한국무대에 적응을 마쳤다. 부진에 빠졌을 때 탈출구를 만들 수 있는 폭이 넓다는 뜻이다. 팀 동료들도 히메네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히메네스의 롱런 가능성은 롯데의 4강 가능성과 정비례한다는 점에서 꽤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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