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까지 10회 미만을 남긴 KBS 1TV '정도전'에서 앞으로 등장할 큰 역사적 사건은 '왕자의 난'이다. 이방원(안재모)과 정도전(조재현), 이성계(유동근)와 이방원의 대결도 주목되지만, 또 하나 볼 만한 싸움 구도는 '하륜 VS 정도전'이다.
지난 1일 방송된 '정도전'에서 세자에서 탈락하고 의기소침해 진 이방원이 군주의 꿈을 꾸게 되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가 하륜인 것으로 그려졌다.
이성계가 어린 의안군 이방석을 세자에 책봉하고, 이방원에게 조상들 묘를 가꾸는 일을 주고 그를 멀리 내보낸 가운데, 하륜(이광기)은 동북면으로 물러난 이방원을 찾아갔다.

하륜은 "훗날을 기약하며 와신상담, 절치부심하고 계시질 않사옵니까"라며 이방원의 왕위를 향한 야욕을 자극했다. 이방원은 '보위' 얘기가 나오자 놀라면서도 눈을 반짝였다.
하륜과 정도전은 둘 다 '킹메이커'라고 할 수 있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하륜은 이방원을 '택했다'.
특히 하륜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은데, 절체절명의 순간 나타나는 그는 모든 흐름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극 중 이인임(박영규)의 정치적 수제자였던 그는 이색의 일파로 몰려 변방을 떠돌면서도 이미 대세가 이방원에게 기울 것을 간파하고 그를 왕위에 올릴 방법을 도모해 이방원을 찾아한 것이다. 하륜과 이방원은 의기투합해 정도전의 목을 죄이게 될 것이다.
하륜은 앞서 이방원에게 전해달라며 "세자가 되고 싶다면 중전마마를 멀리 하라 일러 달라"는 말을 남기는가 하면, 실제로도 관상을 볼 줄 알았다는 하륜은 죽음을 앞둔 정몽주(임호)에게 "대감의 얼굴에 살이 끼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정몽주에게 "이성계는 지나치게 순진하고 권력에 대한 욕망도 약하다"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군주상이 이성계와 다름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었던 그는 정도전의 미움을 받아 좌천되기도 했지만 이방원을 적극 지지, 제 1차 왕자의 난으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인품이 중후, 침착, 대범하였다고 알려지는 그는(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애청자들에게 '인생은 하륜처럼'이란 말이 유행이고, 하륜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 오프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발상이 나올 정도로 드라마틱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한편 50회로 마치는 '정도전'은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1부에서는 정도전이 이성계를 만나 대업의 꿈을 꾸며 혁명을 결의했고, 2부에서는 조선이 건국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3부에서는 조선건국 후 정도전이 이방원의 손에 죽음을 맞는 '순교'의 과정이 펼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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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