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의 ML 통신]매팅리 감독이 열받은 진짜 이유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4.06.07 09: 44

[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은 왜 화가 났을까.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졸전 끝에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패한 뒤 돈 매팅리 감독의 인터뷰가 주목 받았다. 이날 매팅리 감독은 여러 질문에 대해 “우리 보다 좋았다”는 대답을 되풀이 하다가 급기야 “홈이고 원정경기고 간에 기본적으로 우리 팀은 sh---y하다. 그냥 좋지 않은 것이다”라고 대답한 후 자리를 떠났다.
이날 팀 타선이 2안타(그것도 디 고든 혼자서 친)의 졸공 끝에 완패한 것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까지 홈 10연전에서 4승 6패로 부진했고 특히 최근 8경기에서 2승 6패를 기록하고 있던 상황이긴 했지만 ‘디플로매틱 매니저’라는 소리를 듣는 평소 매팅리 감독의 태도로 봐서는 의외일 수도 있었다.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서 매팅리 감독이 한 말이 있다. 매팅리 감독은 칼 크로포드의 부상회복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이어 크로포드가 복귀할 경우 현재 좌익수로 출장하고 있는 맷 켐프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오자 그것에 대해선 지금 생각하기 싫다고 한 뒤 긴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 어떤 선수 한 명이 어떻게 잘 하느냐 하는 것에만 너무 집중 돼 있다. 그 보다는 팀으로서 어떻게 이기고 어떻게 게임을 해야하는지 토론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토미(라소다 감독)은 늘 우리는 로프의 한 쪽에 모여 있어야 한다. 전체가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그리고 (그 방향에) 집중할 때 누가 출전하고 하지 않고,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 경기에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당시엔 기자들의 집요한 외야 경쟁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될 만했다. 시즌 초반부터 다저스의 선발 라인업이 발표될 때 마다 되풀이된 질문이 외야수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야시엘 푸이그, 안드레 이디어, 맷 켐프, 칼 크로포드에 스캇 밴슬라이크까지 누군가는 라인업에서 빠질 수 밖에 없었고 관련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올 시즌 매팅리 감독이 가장 많이 들어야 했던 질문이 바로 외야수 관련이었다.
만약 이날 다저스가 형편 없는 내용으로 패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매팅리 감독의 분노와 짜증이 섞인 경기 후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이 대답 역시 ‘허접스런 질문에 대한 짜증’으로 해석되고 말았을 확률이 높다.
경기 후 매팅리 감독의 태도를 본 뒤 현지 기자들도 경기 전 인터뷰 내용과 연결시켜 다저스의 팀웍에 대한 감독의 실망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했다.
ESPN에서 다저스를 담당하고 있는 마이크 색슨 기자 역시 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1회 무사 1루에서 야시엘 푸이그가 초구 기습번트를 댔다가 3루수 플라이로 아웃 된 뒤 덕아웃에서 외야수 맷 켐프와 언쟁을 벌였다는 사실을 적시하면서 ‘우리가 좀 더 많은 정보를 가질 때까지 혹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이기고 있을 때까지 다저스 선수들은 서로를 좋아하지 않고 있거나 함께 협력하지 않고 있다고 가정할 수 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매팅리 감독이 경기 전후 인터뷰에서 화를 표출한 것은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팀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이 밖에 외야수 맷 켐프가 수비 포지션을 좌익수로 옮기라는 코칭스태프의 결정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한 것도 매팅리 감독이 지적한 팀워크와 결부시킨 보도도 있었다).
만약 색슨 기자가 이 장면을 봤다면 기사의 논조에 좀 더 확신이 섞였을 것 같다.  매팅리 감독의 ‘분노’ 인터뷰가 있기 하루 전인 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이날 다저스 투수와 내야수들은 평소 보다 일찍 수비훈련에 임했다. 현지 시간으로 보통 오후 7시 10분에 경기가 시작되면 투수들은 오후 3시 55분에 웜업을 시작하고 타자들의 타격 훈련은 4시 10분 쯤에 시작한다. 하지만 이날은 보도진에게 클럽하우스가 개방되는 오후 3시 30분에 이미 선수들은 필드에 있었다.
훈련 후반부 투수들이 2루에 견제구 던지는 연습을 할 때였다. 마운드에선 마무리 켄리 잰슨이 볼을 던지는 대신 2루 베이스 근처에 있던 핸리 라미레스와 무슨 말인가를 주고 받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라미레스 쪽으로 향했다. 당시 2루 베이스 왼쪽에는 이리스벨 아루에바레나, 라미레스가 서 있었고 오른쪽에는 디 고든이 있었다.
잰슨이 아루에바레나 뒤 쪽에 있는 라미레스에게로 가려고 하자 아루에바레나가 앞을 막으며 잰슨을 진정시키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라미레스는 경직된 모습으로 이 광경을 주시했다.
잠시 후 마운드로 돌아온 잰슨은 2루에 견제구를 던졌으나 다시 볼을 건네 받자 이 것을 마운드 옆에 팽개치고 클럽 하우스로 들어가 버렸다. 아직 훈련이 끝나기 전이었다. 라미레스 역시 잰슨을 따라 들어가려는 듯 덕아웃 쪽으로 향하다(클럽하우스는 덕아웃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마운드 쪽으로 방향을 튼 뒤 훈련이 끝날 때까지 투수들과 섞여 있었다.
이날 매팅리 감독은 오후 4시 5분이면 시작하는 경기 전 인터뷰에 늦게 나왔다. 10분 늦은 오후 4시 15분에야 덕아웃으로 왔다. 코칭스태프 미팅, 선수면담, 혹은 TV 단독 인터뷰 등으로 늦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날도 분명히 10분 늦었다.
하지만 이날 어떤 현지 기자도 훈련 중 있었던 일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 나중에 다른 미국 기자에게 물어봤다(색슨 기자는 아니다). “아까 훈련 중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너희는 이런 것 관련해서는 질문하지 않냐?”  이런 대답이 왔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냐? 나는 못 봤다. 만약 내가 봤다면 당연히 질문하지. 그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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