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를 가운데, 우중간으로 보낼 줄 아는 선수네요. 약점이 없는 건 아닌데 그래도 기대를 해 봐야죠."
지난 2월, 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한 직후 박흥식 타격코치가 내린 평가다. 당시 히메네스는 프리배팅에서 공을 줄기차게 담장 너머로 날려보내며 장타력을 과시했지만 사실 코칭스태프의 반응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장타력이 좋은 건 확인했지만 문제는 실전에서도 이와 같은 타구를 보여줄지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히메네스는 시즌 개막직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개막전 출장까지 무산됐다. 큰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힘은 일품이지만 부상이 잦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개막 직전까지 히메네스의 전망은 '안갯속'이었다.

히메네스는 주위의 우려섞인 시각을 실력으로 모두 잠재웠다. 타율 3할7푼(6위) 11홈런(10위) 45타점(5위) 장타율 6할6푼2리(5위), 출루율 4할5푼5리(3위), OPS 1.117(4위). 현재 히메네스는 공격 대부분의 지표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 선수들 가운데는 위의 공격지표들이 모두 1위다. 이제 롯데 타선에서 히메네스의 이름을 지우기는 불가능하다.
박흥식 타격코치도 처음에는 히메네스의 기량에 물음표를 가졌었다고 시인했다. 박 코치는 "처음에 타격하는 걸 봤는데 상체가 공에 이리저리 따라다니더라. 그러면 한국 투수들의 변화구를 절대 참을 수 없다. 그래서 걱정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는 "저거 못 고치면 올해 힘들겠다. 중간에 짐 싸는거 아닌가 할 정도"였다고 했다.
다행히 히메네스는 주위의 조언을 받아들일 줄 아는 선수였다. 외국인선수 가운데 일부는 자존심을 내세워 한국 코치들의 기술적 조언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박 코치는 "저렇게 힘이 좋고 타구 질도 좋은데 미국하고 일본에서 실패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싶었다. 스윙 메커니즘은 괜찮은데 역시 문제는 공을 따라다니는 것"이었다면서 "메이저리그 코치들은 '잘 친다'라고 칭찬만 하지 선수 하나하나 붙잡고 가르치지는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히메네스는 롯데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박 코치는 "아직까지 변화구에 상체가 따라나가는 모습을 조금씩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며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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