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보컬과 아기자기한 가사. 살랑살랑 사랑이야기 ‘나 요즘’으로 올 상반기 큰 인기를 모았던 밴드 바닐라 어쿠스틱이 오는 13일 3집 앨범 파트1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로 돌아온다.
지난 봄 각종 음원 사이트의 인디 차트를 점령한 바닐라 어쿠스틱은 지난 시간 차근차근 성장해 온 데뷔 6년차 밴드. 리더 바닐라맨은 원래 작곡가로 활동을 하다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팀을 결성, 2012년에 소속사에 들어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성공적인 음원 성적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이다. ‘반지하 로맨스’, ‘러브 이즈 오버(Love is Over)’, ‘잿꽃’, ‘뷰티풀 데이(Beautiful Day)’, ‘사랑이 올까요’ 등 기존에 사랑 받았던 곡들을 일본어 버전으로 녹음해 음원을 발매한 것. 지금 상황에 대해 멤버들은 “전혀 생각 못했던 일”이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 요즘’은 사실 너무 갑작스럽게 냈던 곡이었어요. 정말 가볍게 던졌던 것 같은데 많은 사랑을 받아서, 기대를 안 해서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성아)
“일본 진출도 계획은 전혀 없었어요. 2012년 앨범 발매 공연을 한 것을 일본 관계자 분이 와서 보시고, 감명을 받으셨는지 1년 동안 추진을 하다가 결국 계약을 하게 된 거죠. 일단은 음악만 먼저 일본에 가 있어요. (웃음) 이제 가서 공연을 해야 하니 성아가 열심히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시작을 했으니까 어떻게든 잘 해야죠. 천천히 준비 중입니다.” (바닐라맨)
바닐라 어쿠스틱의 매력은 아무래도 서정적인 어쿠스틱 음악과 달달한 노래. 남녀가 대화를 주고 받는 듯한 공감 가는 가사와 바닐라처럼 부드러운 멜로디가 어우러져 남녀노소 모두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이다. 혹시 지금의 바닐라 어쿠스틱의 색깔을 찾기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저희가 어떤 노래를 부르든지 성아 목소리에 바닐라맨 편곡이라는 것 자체가 ‘바닐라 어쿠스틱 스럽게’하는 것 같아요. 다른 작곡가들이 만든 곡을 부른다면 달라질 수 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제가 작곡한 곡에는 제 색이 묻어나게 돼요. 하지만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보니까, 에너지나 열정적인 사운드가 부족할 수 있죠. 음악이라는 것이 사람을 광적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데, 이 부분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도 리듬적인 부분에서 노력해서 부드럽게 에너지를 줄 수 있도록 해봤어요.” (바닐라맨)

바닐라 어쿠스틱은 김지수, 에픽하이 등 많은 가수들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곡을 만들기도 했다. 김지수와는 같은 기획사라는 인연으로, 에픽하이와는 라디오 방송에서 친분을 쌓았다는 설명. 멤버들은 “우리 색깔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만 다른 분들과 섞이면 또 다른 색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양한 음악을 잠재한 이들에게 또 어떤 가수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에이핑크랑 하고 싶어요. 그 친구들에게 어쿠스틱하면서 사랑스러운 노래도 어울릴 것 같아요. 저랑 듀엣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바닐라맨)
“저는 성시경 씨랑 샤이니요. 성시경 씨 목소리를 너무 좋아해요. 샤이니도 온유 목소리가 정말 좋아요. 사심도 조금 있지만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성아)
“욕심나는 부분이 있다면 토마스 쿡이라는 뮤지션이요. 같이 하는 게 힘들더라도, 혹시 곡을 받아서 한다면, 토마스 쿡 음악을 하는 바닐라 어쿠스틱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 분 목소리도 좋아하고요.” (타린)
연애세포가 부족하다는 바닐라 어쿠스틱 멤버들은 왠지 사심 섞인 대답을 한 듯 보였지만, 실제로 이들과 함께 작업을 하더라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분했다. 이 같은 뮤지션 세 사람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영향을 받은 롤 모델이 궁금했다.
“어렸을 때는 워낙 록을 많이 듣고 자랐어요. 특정 한두 명의 뮤지션을 롤모델로 삼지는 않았지만 다들 배울 점이 있죠. 나오는 음악은 모두 듣고 있어요. 장르 가리지 않고 다 듣고, 많이 들으려고 노력해요.” (바닐라맨)
“이소라 선배님을 좋아해요. 감성을 너무 과하지 않게 하는 노래들을 좋아하고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노래를 하다 보면 스타일도 계속 바뀌고, 때로는 과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한 번씩 이소라 선배님 노래를 들으면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에요. 가사도 정말 예술적으로 쓰시는 것 같고, 감정 표현도 정말 멋있는 분이시죠.” (성아)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두 장의 앨범이었어요. 로빈 시크라는 가수의 ‘더 에볼루션 오브 로맨틱’, 조지 벤슨의 ‘식스 플레이’에요. 계속 곡을 쓰고, 평소에 기분 전환을 하거나, 영감이 떠올랐으면 했을 때 다시 꺼내서 들어요. 로빈 시크 같은 경우는 유부남인데 되게 섹시해요. 유튜브 찾아보면 꼭 황금 마이크를 쓰는데, 비주얼 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자극을 받죠. ‘식스 플레이’ 같은 경우는 조지 벤슨의 목소리와 기타, 유니즌으로 스킷할 때 목소리가 매력적이에요.” (타린)
세 사람은 음악 얘기를 할 때 가장 눈빛을 빛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배워나가려는 이들의 노력이 매 앨범마다 바닐라 어쿠스틱을 성장하게 하고 있는 듯 했다. 이제 곧 공개될 3집 파트1 ‘에우다이모니아’, 바닐라 어쿠스틱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일까?

“에우다이모니아는 책을 읽다가 발견한 단어인데, 철학-심리학에서 ‘행복’이라는 뜻이에요. 행복이라는 것이 어떤 상태가 아닌 행동으로 얻는 것이라는 뜻이죠. 우리 음악을 듣는 것 만으로도 행복이 되길 원하고, 우리가 음악을 한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바닐라맨)
새 앨범에는 이전에 발표했던 두 싱글곡을 포함해 총 7곡이 담길 예정. 바닐라맨은 “노래들이 각자 성격이 달라서 쭉 들어도 지루하지는 않을 거에요”라며 웃었다. 타이틀곡 ‘한번쯤 네가 먼저’는 제목대로 ‘썸’ 타는 이성이 한 번쯤은 먼저 연락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바닐라 어쿠스틱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센스 있는 가사가 듣는 이를 즐겁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희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데, 타이틀 곡만 들으시는 분들이 요즘 많잖아요. 한 곡, 한 곡 다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바닐라맨)
바닐라 어쿠스틱은 오는 28일 단독공연을 갖고 이후로도 싱글 앨범 준비를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낼 예정이다. 멤버들은 앞으로도 진심을 말하는 노래를 하겠다며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서도 “이 자리에 머물지 않고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처음 팀을 만들 때부터 저희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었지 인디밴드로 규정 짓지는 안았어요. 음악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자리에 머물 생각은 없어요. 저희 진심을 보여주는 음악을 할 것입니다” (바닐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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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르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