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 LA 다저스)이 쿠어스필드 첫 등판에서 승리를 따냈다. 리그의 에이스들도 썩 좋은 기억이 없는 투수들의 무덤이었지만 류현진은 그 첫 단추를 잘 뀄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미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지며 시즌 7승(2패)을 거뒀다. 6회 홈런 한 방을 맞는 등 2실점하긴 했지만 5회까지는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왼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뒤 4연승 질주다.
6이닝 2실점의 성적이 초특급 피칭이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의미가 있는 것은 쿠어스필드에서의 등판이었기 때문이다. 쿠어스필드는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 구장으로 불린다. 해발 1610m에 위치하고 있어 공기저항이 적고 때문에 상대적으로 장타가 많이 나오는 구장으로 악명이 높다. 구장 효과가 투수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인지는 정확한 통계를 분석하기 어렵지만 에이스급 투수들의 성적표를 보면 그 위력을 어렴풋이 실감할 수 있다.

다저스의 원투펀치들도 쿠어스필드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두 차례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클레이튼 커쇼는 쿠어스필드에서 통산 13경기에 나가 5승3패 평균자책점 5.24를 기록했다. 완봉승이 한 차례 끼어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하지만 그만큼 나머지 경기에서는 고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쇼의 첫 쿠어스필드 등판이었던 2008년 7월 23일은 악몽이었다. 당시 커쇼는 3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맞으며 5실점하고 고개를 숙였다.
잭 그레인키도 쿠어스필드에서는 성적이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 표본은 적지만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4.58로 역시 자신의 통산 평균자책점보다는 훨씬 높다. 당대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던 박찬호 역시 쿠어스필드에서는 힘을 못 썼다. 통산 18경기(선발 9경기)에서 5승2패를 기록하긴 했으나 평균자책점은 무려 6.06이었다. 한창 좋았던 1999년에는 6.55, 2000년에는 5.25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날 땅볼유도능력을 바탕으로 차분히 콜로라도 타선을 상대하며 6이닝을 2실점으로 잘 버텼다. 물론 1경기 결과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쿠어스필드 등판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이날 경기로 평균자책점도 3.09에서 3.08로 내려갔다. 쿠어스필드에서 평균자책점을 깎아 먹지 않았다는 자체가 성공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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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어스필드(덴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