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포수가 던진 공이 투수보다 더 빠르냐? 헤헤!!” 7일 오후, 10~20분 간격으로 김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소리로 요란스러운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월야구장. 마운드에서 포수가 던져 주는 공을 받던 투수가 한 말이다. 순간 경기장은 폭소로 뒤집어졌다.
상식의 허를 찌르는 멘트를 날린 이는 개그맨 심현섭. 마운드에서 일명 ‘아리랑 볼’로 상대 타선을 혼란스럽게 하던 심현섭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고 다음 이닝에서 2타자를 더 상대하는 동안 끊임없이 ‘마운드 개그’를 했다.
심현섭이 잠시 긴장감이 느슨해진 경기장을 순식간에 만담장으로 바꿔 버린 이유는 이 경기가 ‘제 5회 니베아맨 컵 전국 생활체육인 야구대회’가 마련한 특별 이벤트였기 때문. 니베아맨 야구대회는 5회 대회 특별 이벤트로 ‘연예인 야구단 올스타’ 팀과 ‘니베아맨 올스타’팀의 친선 경기를 기획했다.

니베아맨 올스타팀은 이미 작년 4회 대회 때 16강전 이상에 진출한 팀의 선수들로 구성 돼 일본 오키나와에서 현지 사회인야구 연합팀과 친선경기도 열었던 팀이다.
두 올스타팀은 경기 초반에는 팽팽한 접전을 펼쳐갔다. 4회까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스코어보드에는 5-5, 사이좋은 점수가 찍혔다. 자칫 승부에 치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한 개그맨은 특유의 입담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친선 이벤트’라는 본래의 의미로 되돌려 놓았다.
연예인 올스타팀은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채 별 대과 없이 경기를 잘도 풀어갔다. ‘친선’이라는 기획 의도와도 잘 부합하면서 말이다. 덕분에 이날 경기를 지켜 본 관중들은 초반에는 ‘올스타’다운 명승부를, 후반에는 배꼽을 잡게 만드는 ‘개그 이벤트’를 감상할 수 있었다.
연예인 올스타팀의 감독이기도 한 심현섭은 경기 후 “여러 팀 선수들이 섞여 처음 호흡을 맞춰 봤지만 야구라는 틀 하나로 손발이 잘 맞아 들어갔다. 니베아 올스타팀이 워낙 타력이 좋은 팀이라 일부러 아리랑 볼로 힘을 빼는 투구를 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연예인-니베아 올스타팀의 친선경기는 연예인 올스타팀이 5-7로 뒤지던 6회 1사 1,2루에서 김인수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고 이어 김광섭이 1루수 앞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8-7의 역전승을 일궜다.
이날 신월야구장에서는 번외 경기로 열린 ‘올스타전’ 외에 64강전 4경기가 열려 32강 진출팀을 가려냈다.

첫 경기로 열린 덴탈코마스와 조마조마전은 조마조마의 선발 투수 노현태의 독무대였다. 언더핸드 스로를 구사하는 노현태는 우타자의 몸쪽을 파고드는 집요한 인코스 공략으로 상대타선을 꽁꽁 묶었다. 겨우 방망이에 맞은 타구도 대부분 내야를 넘기지 못하고 범타에 머물렀다. 6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킨 노현태는 몸에 맞는 볼과 와일드피칭 등으로 1점은 내줬지만 무피안타 경기를 펼쳐 팀에 첫 승을 안겼다.
경기 후 노현태는 “밤새 곡작업을 하느라 한잠도 못 잤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마음을 비우고 던진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소감을 말했다.
2번째 경기로 열린 ‘탄천86’과 ‘이기스’전은 상대 마운드가 흔들리는 틈을 타 일찌감치 대량 득점을 해 놓은 이기스가 이겼다.
탄천86의 선발투수 장현수는 1회를 1실점으로 잘 막아 2-1로 앞서고 있던 2회말 갑자기 볼컨트롤이 흔들리면서 무너졌다. 3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하고 계속 된 1사 만루에서 홍승현에게 1타점 우전안타, 후속타자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단박에 역전이 되자 이기스 타선은 더 힘을 내 몰아붙였다. 장철한이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터트리고 계속 된 공격에서 이철민이 2타점 좌전안타를 보태 이기스는 2회에만 7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이기스는 그러나 3회 3점을 더 뽑고 난 뒤 잠시 방심 했다. 선발 선수들을 대거 교체하며 느슨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마추어 야구에서 방심은 곧 역습이다. 탄천86이 6회 6점을 얻어내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그러나 ‘2시간 경기’ 조항이 있는 아마추어 대회의 룰은 탄천86에 역전의 시간까지는 허용하지 않았다.
막판 상대팀의 추격에 진땀을 흘린 이기스의 송영규 부단장은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깨닫게 하는 경기였다. 이날 따라 출전 선수가 많아 고르게 기회를 주려고 했던 것이 긴장감을 풀어지게 했던 모양이다. 상대팀 탄천86의 매너도 깨끗했고 좋은 경기를 해줘 고맙다”고 밝혔다.
‘제 5회 니베아맨 컵 전국 생활체육인 야구대회’의 우승팀에는 500만 원의 상금과 트로피가 주어지고, 준우승팀에는 300만 원의 상금이, 3위팀에는 2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본 대회는 ‘니베아 맨’이 주관하고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 OSEN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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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기뻐하는 심현섭. 아래 사진은 원맨쇼를 펼친 조마조마의 선발투수 노현태.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7일 전적(신월야구장)
▲64강전
덴탈코마스 1 - 7 조마조마
탄천86ers 9 - 12 이기스
TKC 17 - 4 개그콘서트
청주이사만루 7 - 8 외인구단
▲번외경기
연예인올스타 8 – 7 니베아맨올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