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투런포’ 히메네스, 깜짝 도루 시도로 눈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07 20: 04

루이스 히메네스(32, 롯데)가 본래 임무인 장타 생산에서 제 몫을 다했다. 결승 투런포를 쳤다. 그런데 자기 영역이 아닌 도루까지 시도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히메네스는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2볼넷(1고의사구) 2타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중요한 상황에 빛을 발하는 히메네스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드러난 한 판이었다. 1회 기선 제압 투런포를 치며 팀 승리의 중요한 발판을 놨다.
롯데는 1회 SK 선발 조조 레이예스를 상대로 득점 기회를 잡았다. 1사 후 전준우가 중전안타로 출루해 포문을 열었다. 손아섭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히메네스가 그 아쉬움을 싹 날렸다. 2S로 볼 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 레이예스의 커터(146km)가 높게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고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기선을 제압하는 시즌 12호 홈런이었다. 이 홈런은 결과적으로 이날의 결승타로 이어졌다.

그런데 7회 상황에서 눈길을 끌 만한 장면을 연출했다. 히메네스는 1사 후 침착하게 볼넷을 골랐다. 다음 타자 박종윤은 3구째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히메네스가 2루로 뛰었다. 130kg에 이르는 거구를 가진 히메네스의 2루 도루 시도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40경기에서 도루도, 도루 실패도 없었다.
거구의 몸에도 제법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 히메네스는 전력으로 2루를 향해 뛰었다. SK 포수 정상호도 당황한 듯 했다. 송구 동작이 평소보다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 다만 2루에서 접전 끝에 아웃됐다. 조금만 더 빨랐어도, 정상호가 조금만 더 당황했어도 살 수 있을 법한 차이였다. 다만 결과적으로 더블 아웃. 결과만 놓고 보면 그리 긍정적인 대목은 아니었다.
정황상 자신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벤치의 런앤히트 작전이라고 볼 수도 있었겠지만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다. 4-0으로 앞서고 있고 발이 느린 히메네스에게 1사에서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런앤히트를 걸 필요는 없었다. 1루에서 보여준 히메네스의 동작도 뛰는 것을 염두에 둔 듯 했고 리드폭도 다소 넓었다. 레이예스가 히메네스의 느린 발을 생각해 퀵모션을 빠르게 가져가지 않았는데 이를 역으로 찌른 발상일 수도 있다.
어쨌든 아웃 선언 이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히메네스는 머쓱한 듯 덕아웃을 향해 들어갔다. 하지만 히메네스의 의외의 주력을 본 3루의 롯데 팬들은 히메네스를 연호하며 격려했다. 히메네스는 도루시도 자체도 하나의 팬 서비스로 간주될 정도로 롯데 팬들의 애정은 컸다. 한편 이번 도루시도는 “히메네스도 뛸 수는 있다”라는 인식을 타 팀에게 심어주기 충분할 수 있다. 향후 의외의 수확으로 돌아올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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