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드컵 도전사 ③] 1994 '도하의 기적'... 아쉬운 첫 승 도전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4.06.08 06: 45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까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전세계 지구촌의 축제 월드컵을 앞두고 OSEN이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국 축구는 지난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까지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는 아시아 최다이자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과 함께 세계 6개 나라만이 일군 대기록이다. 1954년 처음으로 출전한 스위스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월드컵 도전에 이르기까지,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무대에 도전한 한국 축구의 족적을 살펴보자.
▲ 도하의 기적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은 2장의 본선 티켓을 두고 총 28개국이 각축을 벌였다.
1라운드는 4~6팀이 한 조를 이룬 6개조가 있었고 이들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각 조 1위만 가려냈다. 이들은 카타르 도하에서 풀리그로 최종예선을 치러 1, 2위가 아시아를 대표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4번째 월드컵 출전을 노린 김호 감독의 한국은 바레인 레바논 홍콩 인도와 함께 1라운드 4조에 속했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바레인과 0-0으로 비겼지만 레바논에 1-0으로 승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후 한국은 인도와 홍콩을 나란히 3-0으로 물리치는 등 전승을 거두며 7승 1무로 조 1위를 차지했다. 승점은 15점을 올렸고 23득점에 1실점만 하는 확실한 성적을 거뒀다.
최종라운드에 오른 한국은 첫 상대 이란을 3-0으로 제압,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라크와 2-2, 사우디아라비아와 1-1로 비겼고 일본에 0-1로 패해 본선 진출이 힘들어졌다. 마지막 상대는 북한. 한국이 북한을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하는 것은 물론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중 한 팀이 승리하지 않아야 본선 티켓이 가능했다.
한국은 북한에 3-0으로 앞섰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을 4-3으로 물리치고 본선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제 이라크와 일본이 비기거나 일본이 져야만 했다.
하지만 일본이 경기 종료 직전까지 2-1로 앞서 한국의 3회 연속 본선 진출은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경기 종료 바로 직전 2-1로 뒤지던 이라크가 헤딩골을 성공시켜 한국은 웃고 일본은 울고 말았다. '도하의 기적'이 3년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었다.
▲스페인전-기적 같은 무승부
이번 대회서도 대진운은 좋지 않았다. 한국이 포함된 C조에는 전 대회 우승국 독일을 비롯해 스페인 볼리비아가 함께였다. 스페인은 지난 이탈리아 대회서 한국에 1-3 패배를 안겼던 팀이었다. 한국은 그나마 남미 볼리비아를 1승 상대로 여겼다.
첫 상대는 스페인. 한국은 전반 25분 스페인 수비 나달이 퇴장당하며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후반 6분과 후반 10분 각각 살리나스와 고이코에체아에게 연속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후반 40분 홍명보의 프리킥이 성공했고 후반 44분 서정원이 홍명보의 그림같은 패스를 받아 오른쪽 골네트를 흔들었다. 당시 서정원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애국가 영상에 포함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스페인이 현재와 같은 세계 최강팀은 아니었지만 수적열세에도 불구하고 무승부를 기록하며 어느 때 보다 원정 첫 승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 볼리비아전-파상공세에도 열리지 않은 골문
한국은 승점을 챙긴 후 볼리비아를 꺾고 16강에 진출한다는 꿈에 들떴다. FIFA 랭킹도 36위였던 한국이 41위의 볼리비아보다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는 점에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경기 주도권을 잡았지만 슈팅이 번번이 골대를 빗겨갔다. 특히 공격수 황선홍은 수많은 기회를 얻고도 골문 안으로 연결하지 못해 축구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황선홍 감독은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그만큼 전 국민에게 비난을 당하면서 명예가 추락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은 전력을 쏟았지만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모두에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 독일전-아! 잊지 못할 클린스만
1승 1무였던 독일은 조 1위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을 시종 몰아붙였다. 전반 12분 위르겐 클린스만이 선제골을 기록했고 20분 칼 하인츠 리들레가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또 클린스만이 37분 다시 골을 성공시켜 한국은 전반을 0-3으로 내줬다.
0-3으로 뒤진 채 맞이한 후반은 무거움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마지막 경기라 생각한 한국의 끈기는 대단했다. 강력한 체력과 정신력에 투지까지 앞세우며 독일을 압박했고  후반 7분 박정배의 패스를 받은 황선홍이 골을 터뜨렸고 후반 18분 홍명보의 중거리 슈팅으로 1점차까지 뒤쫓았다.
순식간에 2-3으로 추격을 하자 독일은 당황했다. 한국은 더욱 독일을 압박했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 골은 터지지 않았다. 요즘에는 흔해졌지만 당시 '적토마'라는 별명을 가졌던 고정운은 끊임없이 독일의 측면을 압박했다. 압도적인 체력으로 측면 돌파에 이어 문전으로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끝내 동점골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아쉽게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하지만 월드컵 출전 사상 최초로 조 최하위는 면했다.
◆ 1994년 미국 월드컵 출전 선수
▲ GK=최인영 이운재 박철우
▲ DF=홍명보 이종화 박정배 안익수 최영일 김판근 정종선 구상범
▲ MF=이영진 노정윤 조진호 최대식 최문식 신홍기
▲ FW=김주성 고정운 하석주 황선홍 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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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전서 서정원이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는 장면, 독일전서 홍명보가 슛하는 장면, 스페인전서 신홍기가 돌파하는 모습(위로부터). /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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