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 농구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떠오르는 스타’ 김민구(23, KCC)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크게 다쳤다는 것.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조사계에 따르면 김민구는 7일 새벽 3시 6분경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삼성교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길가의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김민구는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고 귀가하는 과정에서 잡아서는 안 될 운전대를 잡았다. 사고 당시 김민구의 혈중알콜농도는 0.060%로 면허정지에 해당됐다. 사고여파로 김민구는 두부에 충격을 입고, 고관절을 심하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 음주운전은 명백한 범죄행위

앞날이 창창한 선수 김민구의 부상은 안타까운 소식이다. 하지만 법은 만인 앞에서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김민구는 명백히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김민구가 운전할 때 동승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구의 차량은 홀로 신호등 지주를 들이받아 또 다른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김민구가 음주운전 중 보행자나 다른 차량을 덮쳤다면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경찰에 따르면 김민구의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신호등 지주가 크게 파손되지 않았고, 에어백이 터졌음에도 김민구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가 운행 중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앞으로 김민구는 운전면허정지와 3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경찰은 김민구의 부상이 회복 되는대로 심문을 실시할 계획이다.
▲ 프로선수들의 음주운전, 이대로 좋은가
프로선수들의 음주운전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지난해 프로야구 넥센은 내야수 김민우의 음주운전이 적발되자 30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김민우의 대타로 1군에 올라온 신현철이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파문이 일었다.
농구계도 예외가 아니다. 허재 KCC 감독은 현역시절 5차례 음주운전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허 감독은 지난 1996년 세 번째 음주운전이 적발됐을 때 무면허와 뺑소니, 위증혐의까지 더해지기도 했다. 국보센터 서장훈도 지난 2001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실이 있다. 지난해에는 은퇴한 현주엽이 음주운전 후 도주하다 경찰에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잘못이 반복되는 이유는 음주운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술을 자주 즐기는 농구인들의 경우 음주운전을 주량에 대한 일종의 과시로 보는 경향이 있다. 술자리에서 “만취해서 차를 몰고 귀가했다”는 식의 무용담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 KBL-농구협회, 김민구 징계 불가피
김민구 사건이 더 심각한 이유는 국가대표팀 합숙기간 중 벌어졌다는 점이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려면 해당종목에서 뛰어난 기량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국가를 대표해 타의 모범이 되는 성숙한 마음가짐도 담고 있어야 한다. 지난해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아시아농구선수권 베스트5에 선정됐던 김민구의 기량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음주운전을 한 그의 미성숙한 태도는 국가대표로서 자격미달이다.
과거 대한농구협회는 국가대표의 품위를 손상시킨 선수에게 자격정지의 징계를 내린바 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음주파문을 일으켰던 허재는 6개월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김민구 역시 몸 상태를 회복하면 징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민구는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김민구가 징계를 받으면 남자농구대표팀도 전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이사회는 지난 5월 20일 김영기 후보를 제 8대 총재로 당선시켰다. 한선교 총재의 임기는 오는 6월까지다. 새롭게 구성될 KBL 집행부는 ‘김민구 사건’을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KBL은 프로농구선수의 이미지를 손상시킨 김민구를 일벌백계해서 본보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자칫 김민구의 상품가치를 높이 평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할 경우 KBL의 부정적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 김민구의 빠른 쾌유를 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김민구는 바닥을 쳤던 프로농구 인기를 반등시킬 수 있는 한줄기 빛이다. 그만큼 팬들이 김민구에게 느끼는 기대와 실망감은 대단하다. 김민구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완쾌된 몸으로 코트에 복귀해 전처럼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보다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물론 제도적 징계는 달게 받아야 한다.
지난 2011년 메이저리거 추신수(32, 텍사스 레인저스)는 미국에서 음주운전을 했다. 추신수는 죄를 덮기 위해 경찰관을 매수하려는 시도를 해서 국민들에게 더욱 실망감을 줬다. 3년 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선수로 거듭나며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 3000만 달러(약 1329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현재 추신수는 잃어버렸던 명예를 되찾고, 국민타자로 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김민구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김민구의 빠른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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