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그라운드 내에서의 리더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의 박지성과 같은 확실한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그러한 지적이 옳은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타당성은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 최고참은 곽태휘(33)다. 곽태휘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20대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연령이 26.1세로 역대 한국 월드컵 대표팀 중 가장 낮다. 게다가 베스트 11으로 점쳐지는 선수들은 더 젊다. 30대의 선수들이 없다. 젊은 선수들이 모인 만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라운드 내의 리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이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그들의 지적과 다른 입장이었다. 특정 선수가 리더의 역할을 소화하는 것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모두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선수가 모여 '원 팀(One Team)'을 만드는 만큼 모든 선수가 지닌 능력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리더의 역할과 리더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야 한다. 경기장 안에서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팀이 흔들릴 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런 역할을 선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홍명보 감독이 다르게 생각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경험의 질은 예전 대표팀보다 높다는 것이다. 23명 중 17명이 해외파, 그 중 10명이 유럽에서 뛰는 만큼 해외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겪은 경험의 질은 월드컵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홍 감독은 "지금 선수들은 내가 월드컵에 나갔을 때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때는 월드컵을 나가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경험은 없었다"며 "1994 미국 월드컵 당시 독일과 경기를 하러 나갈 때 상대 선수들이 두려워 쳐다보기도 싫었다. 그러나 지금 선수들은 그 정도는 아니다"며 걱정을 불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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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미국)=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