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인스트럭터 영입, 기대와 중대 과제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6.08 05: 59

SK가 시즌 중 외국인 인스트럭터를 영입했다. 전례를 찾기가 쉽지는 않은 결정인 가운데 그 배경과 과제는 비교적 명확하다. 의외의 효과를 불러 모을 수도,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SK는 7일 톰 디토레(67)를 외국인 투수 전담 인스트럭터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디토레 인스트럭터는 1973년 피츠버그에서, 1974년부터 1976년까지는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했던 현역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지도자 경험은 더 풍부하다. SK는 “1988년부터 2012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투수 코디네이터와 투수코치를 역임한 베테랑 투수 조련가”라고 설명했다.
시즌 전 전지훈련이나 교육리그에서 인스트럭터를 초빙하는 일은 이제 흐름으로 자리했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새로운 것을 접목하려는 시도다. 알게 모르게 긍정적인 효과를 보는 일도 많고 그런 역사 속에 한국프로야구도 성장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즌 중 인스트럭터를 직접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사례가 흔한 일은 아니다. 여기에 디토레 인스트럭터는 SK의 두 외국인 투수(로스 울프, 조조 레이예스)를 전담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외국인 선수 두 명에 따로 과외 선생이 붙는 셈이다.

물론 디토레 인스트럭터는 투수 코디네이터의 임무도 맡아 퓨처스팀(2군)과 루키팀(3군) 투수 육성에도 관여한다. 하지만 일단 가장 급한 것은 1군의 성적이다. 아무래도 비중은 울프와 레이예스를 지도하는 쪽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외국인 선수들이 팀에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외국인 투수를 전담하는 인스트럭터를 영입했다”라는 구단 측 발표에서도 이런 예상을 읽을 수 있다.
SK의 발상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인 투수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이 외국인 투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코치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야구를 배운 문화와 체계가 달라 완벽한 소통이 힘들다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디토레 인스트럭터의 영입은 이 간극을 효율적으로 좁히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 SK의 외국인 선수들의 상황이 중첩된다. 부상에서 돌아온 울프는 선발 7경기에서 세 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1승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 중이다. 그럭저럭 좋은 활약이다. 다만 2년차 레이예스는 12경기에서 2승7패에 평균자책점은 5점대 후반이다. 교체설이 나돌 정도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시즌 중 수준급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SK도 고민에 빠져 있다. 일단 인스트럭터라는 응급처치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뜻이 읽힌다.
그러나 과제도 있다. 교통정리다. SK에는 분명 각 군별로 투수코치들이 있다. 지금까지는 투수코치들이 외국인 선수들의 관리를 담당했는데 이 권한이 일정 부분 디토레 인스트럭터에 이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무 분담이 명확해야 추후에 탈이 없다. 서로 미루거나, 아니면 서로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면 혼란만 가중된다.
특히 1군은 전체적인 틀 안에서 조화롭게 움직여야 함은 물론이다. 외국인 선수를 지도하는 인스트럭터와 1군 투수진 전체를 관장하는 코치진이 같은 곳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어디에서든 불협화음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오히려 인스트럭터가 없는 것만 못하다. SK가 이런 과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면서 인스트럭터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프런트와 현장, 그리고 현장과 현장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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