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송승준, '테트리스 일자블럭' 나왔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6.08 08: 30

6월 7일은 세계적인 게임 '테트리스'가 탄생 30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1984년 구 소련 과학원에서 일하던 컴퓨터 프로그래머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개발한 이 게임은 모양이 다른 블럭을 짜맞춰 가로줄이 빈틈없이 꽉차면 사라지게 된다. 게임을 하다보면 직선 모양의 블럭이 반드시 필요해지는데 이 블럭이 원하는 때 나오지 않는다면 게임오버가 되기 일쑤고, 필요할 때 나오면 그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 선발 로테이션의 '일자블럭'은 송승준(34)이었다. 시즌 초 롯데가 강팀으로 분류됐던 이유는 모두 10승을 기대할 수 있는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 덕이었다. 장원준과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송승준은 유독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시즌 9차례 등판에서 1승 7패, 평균자책점도 7점을 돌파했다. 결국 송승준은 지난 달 자청해서 1군 엔트리에서 빠지기까지 했다.
송승준이 자리를 비운 사이 롯데는 새로운 선발투수 자원을 시험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롯데가 재도약하기 위해서 필요한 선수는 송승준이었고 그는 복귀전에서 올해 최고의 피칭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 송승준은 테트리스 탄생 30주년 기념일인 7일 문학구장에서 선발로 등판, SK 와이번스 타선을 상대로 7이닝 7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고 시즌 2승 달성이라는 기쁨까지 맛봤다. 롯데 선발진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진 순간이다.

최고구속은 146km까지 나왔고 변화구의 움직임과 제구가 올 시즌 최고 수준이었다. SK는 송승준을 맞아 좌타자 4명을 배치하는 수를 들고 나왔다. 우투수가 좌타자를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해서는 아래로 떨어지는 공이 필요한데 송승준에게는 포크볼이 있었다. 임훈과 박계현 좌타자 두 명은 송승준의 포크볼에 삼진 3개를 당했다.
게다가 이날은 커브까지 말을 들었다. 타자가 포크볼을 염두에 두고있을 때 느린 커브는 타이밍을 빼앗는 데 효과적인 구질이다. 작년 후반기 커브를 앞세워 연승행진을 벌였던 송승준은 SK 타선을 상대로 다시 커브를 마음껏 던졌다. 빠른공-포크볼-커브 공격에 SK 타자들은 당해내지 못했다.
송승준이 잡아낸 시즌 최다 삼진 10개도 돋보였지만 볼넷을 하나도 주지 않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 동안 볼넷과 안타로 주자를 채워준 뒤 장타를 맞고 무너지는 패턴을 보였던 송승준이지만 SK를 상대로는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직후 송승준은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었지만 팀 사정때문에 로테이션만 지키고 있었는데 한 번 쉬어갈 기회가 생기자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송승준도 복귀전 승리 소감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어 있을 때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고 생각한 게 부담을 없애고 던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했다.
송승준의 통산 월간성적을 보면 지난 달들보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투수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3월 2패 평균자책점 6.91, 4월 9승 14패 평균자책점 5.76, 5월 15승 10패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하고 있는 송승준은 6월 들어서 15승 10패 평균자책점 3.90으로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페이스는 올라가는데 8월 15승 5패 평균자책점 3.25, 9월 14승 9패 평균자책점 2.97이 이를 말해준다.
복귀전 호투로 송승준은 마음의 짐을 어느정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롯데도 이제야 나타난 '일자블럭'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중요한 건 7일 SK전에서 보여준 공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고, 송승준이 선발로 나올 기회도 20번 가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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