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27, 두산 베어스)의 연속경기 안타 기록은 24경기에서 멈췄다. 7일 목동 넥센전에서 민병헌은 4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타격을 마쳐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연속경기 출루 기록은 25경기로 늘린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모든 기록 달성에 있어 정신적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은 숙명이다. 연속안타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3~4경기 연속안타 정도로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다 20경기 정도를 전후로 많은 사람들이 기록을 언급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상대 투수는 물론 주변의 관심으로 인한 부담감까지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민병헌은 비교적 크게 의식하지 않고 매 경기 매 타석 좋은 타구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했다. “기록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주위에서 하는 얘기를 들으면 생각이 안 나다가도 난다”고 말했지만 누군가가 관심을 갖기 전에는 자신의 방망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민병헌이다.

누군가가 일러주기 전에는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정도로 기록에는 민감하지 않았기에 집착도 없다. 기록보다는 팀 승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민병헌의 생각이다. 기록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시기에는 팀이 상승세를 탔지만, 20경기를 넘어선 뒤부터는 팀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예를 들어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에서 9회말 2-2 동점에 무사 1루라면 번트 사인이 날 수 있는데, 히팅 사인이 나더라도 필요하다면 번트를 댈 생각이 있다. 안타도 중요하지만 그 찬스에서 내가 쳤다가 병살이 나와 팀이 지면 소용이 없다”며 민병헌은 안타보다 소중한 승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것이 단순히 말로만 반복하는 다짐이 아니라는 점은 매 경기 첫 번째 타석을 대하는 민병헌의 자세에서 엿볼 수 있다. 스스로도 말할 만큼 민병헌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볼도 골라내지 않고 쳐서 출루하는 유형의 타자다. 하지만 첫 타석만큼은 기다림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
이유는 자신이 팀의 1번타자이기 때문이다. 민병헌은 “선발투수의 1회 초구는 가운데 빠른 볼이 많다. 하지만 초구는 치지 않고 계속 기다렸다. 초구를 쳐서 잘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1번타자가 공 하나에 아웃을 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민병헌은 한창 타격감이 좋아 한 경기에 2~3안타를 쉽게 칠 때도 “안타를 친 두 타석보다 그러지 못한 나머지 타석이 아쉽다”며 타격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러나 첫 타석만큼은 누구보다 참을성이 강하다. 1번의 책임감은 적극적인 타격 성향보다 늘 우선순위였다. 연속안타 기록은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팀을 우선하는 정신을 누구보다 먼저 실천한 민병헌이 라인업 카드의 맨 위를 자신의 이름으로 채우고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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