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초토화’ 넥센-두산의 데칼코마니 3연전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6.08 21: 14

 희비는 갈렸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목동 3연전은 투수들에게 상처만 남겼다. 시리즈는 넥센의 2승 1패 위닝 시리즈로 끝났지만, 경기 내용은 수준 이하였다. 양 팀 투수들은 타자들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볼넷과 몸에 맞는 볼에 의한 ‘공짜 출루’가 속출하며 경기 시간은 계속 길어지기만 했다.
야구경기에서 홈런이 가치있는 것은 바로 ‘희소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3연전에서는 투수들이 스스로 무너져 홈런의 희소성이 크게 줄었다. 박병호(넥센)를 비롯한 타자들이 잘 치기는 했지만, 3경기에서 양 팀 합계 20개의 홈런은 과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나마 2경기에서 15홈런이 터진 뒤 마지막 경기에서는 홈런이 5개만 나와 비교적 프로야구다웠다.

3경기 동안 어떤 선발투수도 상대 타선을 압도하지 못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양 팀의 선발투수 6명은 19⅓이닝 동안 자책점은 26점이나 내줬다. 넥센은 선발이 물러난 뒤 2번째 투수가 책임주자의 득점을 막아 자책점이 늘지 않은 경우가 있었지만, 두산의 경우 2번째 투수까지 무너져 3경기 9이닝 21자책점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다. 3명이 7실점한 가운데 더스틴 니퍼트만 6이닝을 버텼다.
자책점은 적었지만, 넥센 선발을 칭찬할 일은 못된다. 금민철은 무실점했지만 2이닝 동안 볼넷 4개를 남발했고, 김대우는 2⅓이닝 5볼넷으로 3실점(2자책)했다. 모두 무난하게 선발승이 가능할 정도로 타선이 많은 점수를 뽑아줬지만, 선발승을 챙기지 못했다.
경기 흐름도 3경기 내내 같은 패턴이었다. 넥센이 초반 두산 선발과 롱릴리프를 무너뜨리고 앞서 나갔고, 두산도 그냥 지지 않고 추격했다. 여유 있는 흐름에서 나온 넥센의 투수들도 위력적이지 않았기에 가능한 경기였다. 두 팀 마운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시즌의 최대 화두인 ‘타고투저’의 양상은 이 3연전에서 상징적으로, 그리고 집약적으로 나타났다. 사실 수준 이하라고 비판하기도 어렵다. 그저 2014 프로야구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이 반복된 대표적인 3연전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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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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