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가 초저가 배낭여행을 통해 해외 특집을 불편하게 여길 수 있는 요소를 차단했다. 지도 한 장 들고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가며 숙소로 찾아가는 아빠들과 아이들의 초저가 배낭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을 쌓는 동시에 시청자들에게는 여행 욕구를 자극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는 지난 8일 방송에서 중국 상하이와 홍콩, 일본, 그리고 국내 무인도로 여행을 떠난 아빠와 아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해외 배낭여행과 무인도 생존은 시작부터 웃음만발, 포복절도였다. 일단 아빠들은 저렴한 비용 책정으로 무인도행을 피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했다.
그 결과 류진과 뒤늦게 합류한 정웅인 가족이 무인도에 당첨됐다. 성동일과 김성주, 안정환은 해외 배낭여행의 행운을 거머쥐었지만 사실 행운보다는 생고생에 가까웠다. 정웅인은 멤버들이 최저가로 비용을 책정하는 모습을 보며 “해외라고 부러워했는데 아닌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성동일과 김성주는 언어의 장벽에 부딪혔다. 더욱이 성동일은 딸 성빈의 서러운 눈물을 그치게 하기 위해 난감해 했고, 김성주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지하철 역사에서 빵과 우유를 먹다가 역무원에게 제지를 당하는 당황스러운 순간에 놓이기도 했다. 뭘 해도 서럽고 처량한 일들이 벌어졌지만 아이들은 해맑았다. 아빠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일이 아니던가.
현지인들에게 길을 묻거나, 눈치껏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이 배낭여행의 묘미. 4~50대의 아빠들은 여행 가이드가 있는 여행이 아닌 몸소 길을 찾아야 하는 배낭여행에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기 일쑤였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하는 즐거움이 있다. ‘아빠 어디가’는 이 같은 여행의 즐거움을 초저가 배낭여행을 통해 시청자들과 공유했다.
덕분에 남는 것은 많았다. 아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아이들 역시 아빠와 함께 낯선 해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가장 큰 추억은 아빠와 함께 오랫동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이미 지난 해 1기 멤버들이 뉴질랜드 여행에서 청정 자연 속에서 추억을 쌓았던 ‘아빠 어디가’는 이번에는 팔과 다리가 고된 배낭여행을 선택해 해외여행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안방극장의 우려를 날렸다. 돈을 아끼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고, 여행지를 즐기기보다는 생존이 목적이 됐기 때문. 예능프로그램에서 해외 촬영을 할 때마다 불거지는 위화감 조성은 ‘아빠 어디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아빠 어디가’는 해외 여행을 준비하는 두근거리는 감정과, 막상 도착한 후 이것저것 알아볼 것이 많아 ‘멘붕(멘탈 붕괴, 충격)’의 연속인 배낭여행의 진면목을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데 있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아빠들과 아이들의 유대 관계를 높일 수 있는 배낭여행을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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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