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이 자신의 색을 칠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선수들의 기량과 성격을 파악하며 LG의 중심이 될 재랑을 선택하는 중이다. 리빌딩을 염두에 둔 선택은 아니다. 아직 75경기 이상이 남아있다. 지금 시점에서 양 감독의 최대목표는 승리다. 양 감독이 꼽은 선수들은 LG의 현재와 미래 모두를 책임질만한 이들이다.
양상문 감독이 당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는 이병규(7번·31)다. 양 감독은 4일 휴식기였던 지난 3일 “병규는 이전부터 흥미롭게 지켜봐온 타자다. 충분히 삼성 최형우와 같은 활약을 할 수 있다고 봤다”며 “LG가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한 키플레이어 중 하나다. 잠실구장이 아닌 다른 구장을 사용했다면 훨씬 전부터 대형타자로 더 주목 받았을 것이다. 항상 한 고비를 못 넘어서 잠재력이 다 터지지 않았는데 지금 잘 해주고 있다. 중심타선에 배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양 감독 부임 직후 이병규는 거의 매 경기 7번 타순에 배치됐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삼성전부터 클린업 한 자리를 차지, 3번 혹은 5번 타순에 자리 중이다. 타율은 타순과 정비례, 양 감독 부임 전 2할대 중반이었던 타율이 점점 올라갔다. 8일 잠실 KIA전에선 6타수 6안타 6타점, 사이클링 히트에 홈런 하나가 부족한 맹타로 타율 3할1푼6리를 찍었다.

양 감독은 이병규에게 정신적인 부분도 주문하고 있다. 8일 경기 전 “병규에게 매번 팀 내 분위기를 좀 올려보라고 하고 있다.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본인이 조금 쑥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규는 이를 두고 “감독님의 기대만큼 못 해서 아쉽다. 일단 야구를 잘해야 하지만 이제는 내가 후배도 챙기고 할 때다”며 기량뿐이 아닌 정신적으로도 팀의 중심이 될 뜻을 보였다.
양 감독은 김용의(29)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기를 원한다. 양 감독은 “용의가 (오)재원이처럼 했으면 좋겠다. 야구는 벤치 분위기가 중요하다. 분위기가 좋은 팀은 지고 있더라도 언제든지 일어나서 뒤집을 수 있다. 용의는 끼가 있고 플레이에도 파이팅이 넘치기 때문에 이런 역할에 적합하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2012시즌부터 1군 무대서 뛴 김용의는 다재다능한 내야수다.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모든 자리를 책임진다. 빠른 다리로 매년 도루숫자와 성공률을 높이는 중이다. 2012시즌에는 도루 5개 성공률은 55%에 불과했지만, 2013시즌 도루 21개 성공률 75%, 올 시즌은 도루 7개 성공률 77%를 찍고 있다. 타격 또한 매년 향상되며 8일까지 타율 3할1푼3리, 데뷔 후 처음으로 3할대 타율도 바라본다.
열정과 투지도 오재원과 비교될 정도로 강하다. 일 년 내내 손에 배트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프링캠프 때는 숙소 근처서 배트를 휘두르고 나서 잠을 청한다. 시즌 중에는 도루를 위해 상대 투수의 버릇을 살피고 메모한다. 허슬플레이에도 능하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물론, 팬서비스 행사서도 허슬을 발휘할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는다. 타격에 붙어있는 기복만 지운다면, 만능 내야수가 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채은성(24)은 양상문의 첫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1군 데뷔전부터 안타를 터뜨린 채은성은 두 차례 3안타 경기를 만들며 26타수 12안타 타율 4할6푼2리를 치고 있다. 양 감독은 “은성이를 최대한 많이 뛰게 하려고 한다. 기회가 온 만큼, 경험을 주고 싶다. 당장 상위타순에 놓기보다는 부담 없이 7번 혹은 6번 타순 정도에 넣을 것이다”고 채은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덧붙여 양 감독은 “매 시즌 2군에서 한두 명 올라오는 팀이 좋은 팀이다. 2군 무대서도 채은성을 지켜봤는데 타석에서 침착하고 동요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1군 모습도 2군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올 시즌 채은성의 수비 포지션을 찾아주고 싶다. 그리고 내년에는 확실한 수비 포지션과 함께 꾸준히 출장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채은성의 돌풍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기를 기원했다.
양 감독은 8일 경기서 20-3 대승 후 “아직은 아니더라도 더 강한 팀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병규 김용의 채은성이 중심에 서는 날이 오면, LG도 양 감독이 바라보는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다.
한편 양 감독은 2008시즌 이후 무려 6년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은 우투수 장진용(28)에 대해 “아직은 아니지만 향후 팀의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활약할 수 있는 투수다. 내년에 신정락과 유원상이 군입대할 수 있기 때문에 투수를 준비해야 한다. 그만큼 장진용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장진용은 지난 1일 목동 넥센전과 8일 잠실 KIA전서 불펜 등판해 1⅓이닝 동안 무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가능성을 비췄다. 2군 특급 에이스로 자리했던 장진용은 2012시즌 후반기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가 준비했던 비장의 카드였다. 그러나 갑작스런 부상으로 1군 콜업이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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