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야구야구]이종범, "근우야, 사이클링히트 기회는 또 온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6.09 13: 00

"기도하는~".
8일 대전구장. 삼성과 홈경기를 앞둔 한화 내야수 정근우(32)는 가수 조용필의 명곡 '비련' 도입부를 계속 흥얼댔다. 하루 전이었던 지난 7일 대전 삼성전에서 아깝게 사이클링 히트에 실패한 여운이 진하게 남아있는 듯했다. 타고투저 해를 맞아 사이클링 히트에 근접한 타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정근우가 유독 아쉬운 건 단타 하나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정근우는 이날 2회 좌월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4회 중견수 방면 2루타, 7회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3루타를 차례로 쳤다. 사이클링 히트까지 남은 건 단타 하나. 9회 마지막 타석에서 기회가 왔다. 정근우는 초구와 3구에 번트 동작을 취하며 단타를 노렸지만 결국 볼카운트 3B1S에서 심창민의 5구째 직구를 잡아당겨 유격수 땅볼을 치는 바람에 대기록이 좌절됐다.

정근우는 "제일 쉬운 것 하나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라며 좀처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타석에 대해 "비가 와서 잔디가 젖어있었다. 번트도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 볼카운트가 3B1S가 되는 바람에 비슷하면 무조건 쳐야 한다는 생각에 압박을 받고 마음이 급해졌다"며 "그래도 볼넷보다는 미련없이 치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고 아쉬웠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흔치 않은 기록이었기 때문에 정근우는 번트 동작까지 취할 만큼 간절했다. 이튿날 경기 전 삼성 류중일 감독이 "근우야, 그 상황에서 번트가 뭐냐. 안타를 쳐서 만들어야지"라고 한마디하자 정근우는 "(3루수) 석민이가 윙크를 하더라고요"라며 재치있게 응수하기도 했다. 정근우는 "(박)석민이 발가락 상태가 안 좋은 것을 알고 있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이게 하늘의 뜻이었나 보다"고 체념했다.
정근우는 "그동안 사이클링 히트를 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단타 하나를 못친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고 했다. 실제로 정근우는 3개의 다른 안타로 사이클링 히트에 근접한 게 9차례 있는데 단타가 없어 무산된 경우는 처음이다. 그 이전 8번의 기회에서는 홈런이 없는 게 4차례였고, 3루타가 없는 게 4차례로 크게 아쉬움이 남을 정도 아니었다.
사이클링 히트는 올해 두산 오재원이 역대 16번째로 작성한 바 있다. 쉽게 나오는 기록이 아니다. 그래서 정근우도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종범 작전주루코치는 "사이클링 히트 기회는 또 온다. 앞으로 한두 번 정도는 기회가 더 올 것이다. 그때 하면 된다"고 정근우를 격려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야구천재이자 대표적인 호타준족이었던 이종범 코치도 그러나 사이클링 히트는 하지 못했다. 이 코치는 "나도 예전에 사이클링 히트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는데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매번 뭐 하나가 부족했다. 2루타 2개를 쳐서 3루타 하나가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이클링 히트가 쉽지는 않더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사이클링 히트는 실패했지만 정근우는 이날 3안타에 이어 이튿날에도 2안타를 터뜨리며 타격감을 회복했다. 그는 "그동안 타격감이 안 좋아 자신감도 떨어지고 팀에도 미안했다. 사이클링 히트는 못했지만 앞으로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래도 사이클링 히트가 못내 아쉬웠을까. 정근우는 라커룸으로 들어가며 또 한 번 목청껏 크게 외쳤다. "기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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