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뜨거워지는 날씨만큼 이대호(32, 소프트뱅크)의 방망이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대호가 자신을 둘러싼 영양가 논란도 깨끗하게 잠재울 기세다. 경기 내용, 그리고 모든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
이대호는 8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에 위치한 고시엔구장서 열린 한신 타이거즈와의 교류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수 4안타 1볼넷 4타점을 기록하며 폭발했다. 올 시즌 3번째 4안타 경기이자 1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5월까지만 해도 2할대에 머물던 타율도 이 연속 안타 행진과 함께 3할2푼1리까지 올랐다.
그야말로 방망이에 물이 올랐다. 정확한 타이밍, 그리고 흐트러지지 않는 폼에서 타격이 이뤄지고 있다. 구질과 코스를 가리지도 않는다. 정확하게 공을 맞혀야 할 때, 그리고 장타에 욕심을 내야 할 때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대호가 가장 좋을 때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소 모자란 듯한 인상을 줬던 기록도 어느덧 리그 정상급으로 되돌아왔다. 5월까지만 해도 2할대의 타율이었던 이대호는 3할2푼1리의 타율로 8일 현재 퍼시픽리그 5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팀 내 1위이자 전체 2위인 야나기타 유키(.337), 그리고 한 때 이대호에 비해 훨씬 앞서 갔던 팀 동료 하세가와 유야(.330)와 우치카와 세이치(.324)와도 이제는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홈런에서도 9개를 기록, 리그 8위를 달리고 있다. 홈런은 안타가 나오다보면 자연히 나온다는 것이 이대호의 생각이다. 최근 잘 맞고 있는 만큼 앞으로 홈런도 꾸준히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즌 초반 가파른 홈런 페이스를 보여줬던 페냐(오릭스, 15개)나 존스(라쿠텐, 14개) 등 타 팀 외국인 타자들의 홈런수는 이대호에 비해 저조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타점에서도 공동 6위로 팀 내 1위인 마츠다 노부히로(37타점)을 거의 다 따라 잡았다. 조용하면서도 맹렬한 추격이다.
논란이 됐던 득점권 타율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대호의 득점권 타율은 5월 9일까지 1할7푼1리, 그리고 6월 1일까지도 1할7푼3리에 머물렀다. 타점이 적은 이유, 그리고 이대호가 표면적인 성적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이유였다. 그러나 이대호는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4푼 이상을 끌어올려 2할1푼7리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에서도 점점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편으로는 득점권이 아니더라도 장타를 통해 충분히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8일 경기는 상징적이었다. 1회 2사 1루에서는 좌익선상을 타고 나가는 2루타를 쳤다. 득점권은 아니었지만 타점이 됐다. 4회 2사 1루에서도 좌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날려 역시 타점을 올렸다. 꼭 득점권 타율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항상 여름에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곤 했던 이대호라는 점에서 더 큰 기대를 걸어볼 여지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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