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고금을 아우르는 속담이 된 이유는 ‘작은 것’이 ‘생각지 않게’ 맵기 때문이다. 큰 고추가 생긴 것처럼 매웠으면 이런 속담이 나왔을 리 없다.
‘필요’와 그에 따른 ‘기술’은 ‘매운 작은 고추’처럼 순리를 거스르는 일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환경’이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는 요즘, 자동차업계가 펼치고 있는 경쟁이 바로 ‘매운 작은 고추 되기’다. 덩치와 체구는 줄이지만 파워는 줄지 않거나 때로는 더 강하게 만들고자 한다. ‘모순의 진화’가 자동차를 바꾸고 있다.
지난 달 말, 볼보자동차가 강원도 양양에서 미디어 시승행사를 통해 공개한 ‘드라이브-이 파워트레인(DRIVE-E Powertrains)’이 좋은 본보기다. 실린더 수를 줄이고도 줄이기 전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을 개발해 볼보자동차의 대표적인 모델들에 적용했다. 시승행사를 기획한 이들은 실린더를 줄이고도 과연 같은 성능을 발휘하는 지를 미디어 관계자들로부터 확인 받고 싶어했다.

▲ 새 라인업이 된 ‘D4’ ‘T5’
볼보자동차는 신형 2.0리터 엔진을 개발하면서 기존의 5기통 또는 6기통을 콤팩트 한 크기의 4기통으로 줄였다. 실린더 하나가 없어져 버렸으니 상식에 근거하면 파워도 줄 수 밖에 없다. 볼보자동차는 이 감소분을 슈퍼 차저와 터보 차저로 만회했다. ‘세계 최초’라는 i-ATR 기술과 엔진 경량화로 앞뒤가 안 맞는 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이렇게 탄생한 엔진 라인업에는 ‘D4’ ‘T5’라는 부제가 붙었다. D4는 디젤엔진, T5는 가솔린 엔진에 붙는 이름이다.
볼보자동차는 신형 엔진을 자사의 대표적인 라인업에 얹어 ‘심장이 바뀐’ 차량을 내놓았다. ‘S80’ ‘S60’ ‘V60’ ‘XC60’ ‘XC70’이 새로운 D4 엔진을 얹고 탄생했다. 가솔린 엔진인 ‘T5’는 ‘S80’과 ‘S60’에 적용 됐다.
이들 라인업은 기존 라인업에서 외관은 거의 바뀐 게 없지만 심장은 완전히 새 것으로 바뀌었다. 심장이 달라졌으니 ‘신차’라 불러도 크게 무리는 없다.
▲ D4와 D2
지난 2월, 볼보자동차는 D2 라인업을 국내에 선보였다. ‘D2’가 추구하는 바도 ‘D4’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D2는 기존의 볼보자동차 모델에 1.6리터 엔진을 얹어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한 라인업이다. 배기량이 작은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덕에 S60 D2는 17.2km/l, S80 D2는 16.9km/l의 1등급 복합연비를 구현했다.

D2가 추구하는 바는 ‘효율성’이었다. 따라서 S80 D2의 경우 최고 속도가 시속 185km에서 제한 된다. 실제 주행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아무리 밟아도 185km/h 이상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러나 D4에는 이런 제한이 없었다. 시속 213km를 달려도 여유가 있다. 여건에 따라서는 이 보다 더한 속도도 가능할 기세다. ‘D4’와 ‘D2’의 주행성능 비교는 사실 의미가 없다. D2는 화려한 주행성보다는 경제성과 효율성에 방점을 두고 개발한 차량이기 때문이다.

▲ 연료 효율은?
그렇다면 연료 효율은 어떨까? 볼보자동차가 신기술을 적용하면서 경량화를 추구한 이면에는 연료 효율성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볼보자동차가 제시한 자료를 먼저 보자. S80 D4의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16.1km다. 종전 5기통의 연비는 13.8km/l. 연비가 17%가 좋아졌다. S60 D4의 연비는 17.1km/l로 종전의 14.0km/l 보다 22%가 향상 됐다. XC60 D4는 14.8km/l로 종전의 11.7km/l보다 무려 26%가 향상 됐다.
자동차 담당 기자들이 운전한 차량들은 실제 주행에서 이 같은 연비 수치를 얻었을까? 미안하지만 이날 기자들의 운전은 뛰어난 연비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4기통의 D4가 5기통보다 주행 성능 면에서 모자람이 있는 지를 확인하고 싶은 욕심이 더 강했다. 흔히 말하는 ‘친연비 운전’과는 거리가 한참 멀게 몰았고 결과적으로 공인연비 수치까지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 더욱 절실해진 인칠기삼(人七機三)
이렇게 되면 자동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자동차 제조사’에서 ‘운전자’로 넘어가게 된다. 제조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동차의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기능을 준비해 놨기 때문이다.
친연비 운전으로 연료 효율을 높이고 싶은 운전자는 1리터로 20km를 달리는 운전을 할 수 있고, 다이내믹한 주행을 원하는 운전자는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운전이 가능하도록 기능이 갖춰져 있다.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자동차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최대치로 설정 돼 있다.

‘연비왕’이 될 것인가, ‘스피드왕’이 될 것인가를 같은 차를 운전하는 두 드라이버가 선택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 바로 볼보자동차의 ‘드라이브-이 파워트레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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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새 엔진이 적용 된 ‘S80 D4’ ‘S60 D4’ ‘XC60 D4’. 맨 아래 사진은 드라이브-이 파워트레인 프로젝트 매니저 ‘요르겐 브린네’(왼쪽)와 볼보자동차코리아 세일즈&마케팅 상무 ‘이만식’가 새 엔진을 공개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