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29, 롯데)의 타격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이 이겨내야 할 숙명이다. 강민호가 부담감을 이겨내고 다시 자신의 모습을 찾아야 롯데의 마지막 퍼즐조각도 완성될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롯데도 무한신뢰다.
지난겨울 4년 75억 원에 도장을 찍으며 한국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FA) 역사를 다시 쓴 강민호는 올 시즌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51경기에서 타율이 2할1푼7리에 불과하다. 이는 규정타석을 채운 60명의 선수 중 가장 못한 기록이다. 그나마 초반에는 터져 나왔던 홈런도 ‘6’에서 머물러 있다. 4월 26일 SK전에서 터뜨린 것이 마지막 기억이다. 5월과 6월 28경기에서는 단 하나의 홈런도 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6월 5경기에서는 안타 하나를 쳤다. 맞지 않다보니 득점권 타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몸 상태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어깨가 다소 편치 않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할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게 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알 수 없는 부진이다. 타순도 8번까지 떨어졌다.

결국 심리적인 문제라고밖에 볼 수 없다. 거액의 몸값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머리와 가슴을 지배하고 있다. 조급하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지고 나쁜 공에도 방망이가 나간다. 삼진이 많아지고 스윙이 늦는 모습은 이를 대변하다는 평가다. 한 팀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타율이 아주 높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노림수가 좋은 타자다. 하지만 올해는 타석에서 뭔가 혼란스러운 듯 하다”라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강민호에 대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살아날 것이다”라는 굳은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한 번 계기를 찾으면 치고 올라올 능력이 있는 선수라는 것은 선수단 내에서 공히 인정하는 바다. 아직 시즌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고 지금의 모습을 만회할 시간은 충분하다. 여기에 다른 타자들이 잘 쳐주며 강민호의 부진이 그렇게 심각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비에서의 몫은 절대적이다. 롯데 투수들이 경기 후 “강민호의 리드가 좋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동료 투수들에 대한 이해는 물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의 약점을 간파하는 것도 보이지 않는 가치다. 수치로 드러나는 도루저지도 뛰어나다. 8일 현재 강민호의 도루 저지율은 3할9푼4리로 30경기 이상 출전한 포수 중에는 단연 최고다. 강민호가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주자의 발을 묶는 억제 능력이 있다.
한 관계자는 “어차피 포수는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다. 강민호가 부상 없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수비마저도 안 되는 포수들이 얼마나 많이 뛰고 있는가”라고 강민호의 가치가 타격 부진에 가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민호의 가치 논란은 최종 성적표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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