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 6.84라는 성적은 불펜 요원으로서 낙제점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도 진해수(28, SK)에게는 낙제점의 성적을 붙이지 못한다. 팀을 위한 헌신은 평균자책점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진해수는 오히려 미안해한다. 더 잘 던져야 한다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SK 필승조의 일원인 진해수는 올 시즌 1패7홀드 평균자책점 6.84를 기록하고 있다. 그다지 특별한 성적은 아니다. 불펜진이 좋은 팀이라면 1군에 남아있기 어려운 성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헌도는 누가 뭐래도 크다. 34경기 출전이라는 기록에서 그 가치가 잘 드러난다. 이는 팀 전체 경기수(55경기)의 61.8%에 이르는 수치이자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팀이 필요할 때 항상 진해수는 그 자리에 있었다.
SK는 현재 왼손 중간 계투 요원이 진해수 하나뿐이다. ‘왼손 왕국’이었던 예전의 명성은 부상에 씻겨 내려간 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진해수가 자주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더군다나 대기하는 왼손 자원이 없다보니 원포인트 전략도 사치다. 한 다리 뒤에 왼손 타자가 있다면 진해수가 오른손 타자까지 상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길 때는 물론, 3점 이내로 뒤지고 있을 때도 추격을 위해 진해수 카드를 뽑아 쓰는 일이 많았다. 등판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진해수의 등판 횟수는 한·미·일 프로리그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만하다. 8일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등판을 한 투수는 브래드 지글러(애리조나)로 진해수와 같은 34경기다. 지글러는 60경기 이상 등판이 다섯 차례나 되는 대표적인 마당쇠다. 다만 애리조나는 SK보다 더 많은 64경기를 소화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센트럴리그 홀드 부문 1위(17홀드) 후쿠타니 고지(주니치)가 31경기로 가장 많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힘이 떨어질 수도 있다. 34경기 중 연투가 14번, 하루 쉬고 등판한 것이 9번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지 않은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진해수는 이런 시각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8일 문학 롯데전에 앞서 만난 진해수는 “밸런스가 흐트러져서 생기는 문제는 있어도 힘이 떨어져서 못 던지고 그런 것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미안해했다. 진해수는 “나가서 많은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잦은 등판은 괜찮다”라면서도 “나가서 못 던지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진해수의 올 시즌 피안타율은 2할8푼3리,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는 1.67이다. 홈런도 3방을 맞았다.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평균 성적을 까먹은 것은 있지만 어쨌든 진해수는 한 마디도 변명을 하지 않았다. 되려 “잘 던져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릴 뿐이었다.
그런 진해수는 8일 문학 롯데전에서도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 휴식을 취했고 앞으로 4일간 휴식일 일정이 있음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비록 팀이 0-2로 뒤진 상황이었지만 진해수는 1⅔이닝을 퍼펙트로 깔끔하게 막아내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팀과 팬들은 진해수에게 더 미안해 할 만한 경기였지만 진해수로서는 팀과 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덜 만한 경기였다. 어쨌든 SK로서는 여름이 오기 전에 진해수를 비롯한 불펜 요원들의 잦은 등판에 대해 고심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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