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은 1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기가 떨어지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패배의식이 짙을 것 같은 인상도 준다. 하지만 SK 퓨처스팀(2군)은 그런 분위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1군에 버금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효과에 박경완 SK 퓨처스팀(2군)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고 있다.
SK 퓨처스팀은 8일 화성에서 열린 화성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6-4로 이겼다. 이긴 것도 이긴 것이었지만 나름대로의 의미도 있었다. 승률 5할 복귀였다. 사실 퓨처스팀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퓨처스팀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고 1군 성적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의 승패차에서 0까지 올라온 박 감독은 단순한 승률보다 그 과정에 주목했다.
박 감독은 “-7에서 5할을 맞추기가 이렇게 힘든지는 몰랐다”라고 웃으면서 “표면적인 성적보다는 선수들의 이기려는 의지가 강해졌다”라고 선수들의 자세에 대해 칭찬했다. 그리고 경쟁이 붙었다고 진단했다. “2군 선수들이 1군 선수들보다 더 훈련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했던 박 감독의 개혁 드라이브가 건전한 경쟁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낸 것이다.

2군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면 1군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이 없다. 오히려 ‘정리대상’과 가까워진다. 박 감독도 선수들에게 못이 박히도록 강조한다. 박 감독은 “9월이 되면 정리되는 선수들이 분명 나온다. 전화 한 통이면 끝난다. 정말 가슴이 아픈 일이다. 물론 상황적으로 나가야 하는 선수가 있겠지만 나로서는 한 명이라도 적은 인원이 나가는 것이 목표다”라면서 “그래서 2군에서도 경쟁구도를 만들었다”라고 했다. 선수들이 목표를 향해 좀 더 절실함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 것이다.
보통 퓨처스리그의 경우는 여러 선수들이 고루 출전 기회를 갖을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가 배려하지만 SK는 철저한 경쟁 속에 선발 라인업이 정해지고 있다. 경쟁에서 밀리면 2군 경기조차도 뛸 수 없으니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두 차례씩 1시간 동안 선수들을 모아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발상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박 감독은 “그런 와중에서 목표의식을 가지고 변하는 선수들이 보이더라. 코칭스태프에 물어보기도 하고 의욕적으로 바뀌는 선수들이 있다”고 긍정적인 신호를 이야기했다.
그런 와중에 무명의 선수가 자리를 잡는 일도 많아졌다. 박철우 박인성 임재현 등이 대표적이다. 구단 내부에서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에 대해 박 감독은 “이제는 뺄 수가 없는 선수들”이라고 할 정도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그 과정에서 ‘초보 지도자’ 박 감독도 마음가짐을 다잡는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이렇게 의욕적으로 하는데 정신 차려서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나. 나도 의욕이 생긴다”라고 웃었다.
이런 SK 퓨처스팀의 경쟁 구도는 최근 1군에 올라온 신진급 자원들의 맹활약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2군이지만 어쨌든 경쟁에서 이겼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 자리를 내놓지 않기 위한 절박함을 갖는다. 그리고 “다시는 2군으로 내려가지 않겠다”라는 마음가짐까지 안고 1군에 올라왔다. 집중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1군에 올라간 선수들이 잘 하고 있다니 기분이 좋다”라면서 “2군에서도 기량이 계속 늘고 있는 선수들이 많아 흐뭇하다”라며 다시 수첩으로 눈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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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