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싸이다운 '양아치스러움(본인 설명)'과 가장 한국적인 꽹과리가 힙합을 통해 만났다.
9일 오전 베일을 벗은 싸이의 신곡 '행오버'는 꽹과리, 영어 랩, 폭탄주, 월미도, 스눕독의 조합으로 신선한 매력을 끌어올렸다. 힙합으로 시작해 꽹과리가 등장하더니 스눕독의 중후한 랩에 싸이의 '받으시오~'가 섞인다. 뮤직비디오에선 두 사람이 월미도의 디스코팡팡을 타고, 중국집서 소주를 마신다. 한국식 폭탄주 제조법도 '멋지게' 연출된다.
지난 1월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으나 오랜기간 공개되지 않아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행오버'는 가장 한국적인 것과 가장 싸이다운 것을 성공적으로 녹여낸 것으로 보인다.

# 음악 : '받으시오~'에 중독성 있는 '행오버', 그리고 꽹과리
우선 음악은 드라마틱한 멜로디 없이 끝없이 흥얼거리게 되는 힙합 장르다. 중후한 스눕독의 랩에 '행오버'가 계속 반복되면서 중독성을 높인다. 주류 팝시장에 더 가까워진 장르다.

여기에 싸이의 '받으시오~' 등의 한국어 가사가 더해진다. 한국 술자리서 익숙한 멘트와 톤이다. 가사는 ‘어서 나를 시험해/ 거시기하니 거시기해/ 내일은 없다 에라, 모르겠다 내 배 째라/ 내일의 나는 오늘의 너를 백프로 몰라’ 등으로, 술 취한 남자가 흔히 하는 말들이라 웃음을 자아낸다.
더욱 인상적인 건 국악기의 등장이다. 노래 초반 힙합 장르에 섞여든 꽹과리, 장구, 징 등의 소리는 전혀 위화감이 없다. 특히 '행오버' 구절이 반복되면서도 점차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여기에 꽹과리가 한몫해내 매우 인상적이다.
이 곡은 싸이와 스눕독이 공동작사를 맡고, '강남스타일' , '젠틀맨'을 함께했던 싸이와 유건형이 공동작곡을 했다.
# 뮤직비디오 : 한국의 폭탄주 문화, 그리고 인천
뮤직비디오는 한국서 술을 즐기는 전형적인 한량의 1박2일을 담아낸다. "신곡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다운 '양끼'(속칭 '양아치 끼') 있는 노래를 만들 것"이라던 싸이의 선언이 무색하지 않다.
5분8초짜리 뮤직비디오는 술에 잔뜩 취해 잠에서 깬 싸이로 시작한다. 아침부터 변기에 잔뜩 토하고 편의점서 숙취 해소 음료와 라면, 삼각김밥으로 해장을 한 후 사우나로 향한다.
끊긴 필름은 인천 차이나타운인 듯한 중국집에서 낮술이 시작된다. 옆 테이블 여성들과 합석도 이뤄진다. 다음 코스는 노래방. 술에 취하니 여성들이 모델로 보인다. 잔뜩 신이 난 두 사람은 여성들과 월미도 놀이공원을 뛰어다닌다. 디스코팡팡도 탄다.
당구장도 빠질 수 없다. 두 사람은 허세를 잔뜩 부리며 당구를 치고는 짜장면을 시켜먹는다. 그리고 영화 '킬빌'을 방불케하는 주량 대결에 이어 아침에는 조개구이 집에서 마무리한다. 너무 취한 나머지 자신들 때문에 패싸움이 났는지도 모른다.

'강남스타일'의 말춤이나 '젠틀맨'의 시건방춤처럼 하나로 밀어붙이는 포인트 안무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흥겹게 놀고 신나하면서 곡의 분위기를 살렸다. 지드래곤은 노래방에서, 씨엘은 주량대결 씬에서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으며 싸이는 중간중간 폭탄주를 제조하는 모습을 '거창하게' 재현하며 웃음을 유발했다.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