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다운 모습 보이자 ".
아직도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KIA는 지난 주 3승3패를 기록했다. 반타작 승부였다. 만족할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삼성과 1승2패, LG와 2승1패를 했다. 그러나 가슴을 쓸어내린 한 주였다. 하마트럼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었던 위기를 넘겼기 때문이다.
KIA는 삼성과 대구 주중경기 1~2차전을 내주었다. 1차전은 데니스 홀튼이 호투했지만 윤성환의 벽에 막혀 1-4로 무릎을 꿇었다. 2차전은 선발 한승혁이 초반 난조에 빠지면서 4-15로 대패했다. 삼성을 상대로 시즌 개막전 승리 이후 내리 6연패였다. 승패적자도 9개로 벌어졌다.

그러나 다음날(5일) 1-6의 열세를 딛고 연장승부끝에 13-12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한숨을 돌렸다. 이어 잠실 LG를 이틀연속 꺾으며 3연승을 달렸다. 8일 마지막 경기에서는 믿었던 홀튼이 나흘간격 등판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난조에 빠지며 3-20으로 대패를 하는 통에 4연승에 실패했다.
눈에 띠는 경기는 역시 지난 5일 삼성과의 3차전이었다. 초반 열세를 뒤집고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소방수 어센시오가 9회와 10회 두 번이나 무너지면서 동점을 내주었다. 이쯤되면 승기를 넘기는 패턴이었다. 그러나 KIA는 그동안 잘 보여주지 않았던 끈기와 투지 넘치는 야구로 기어코 13-12로 승리했다.이 과정에서 최근 볼혹의 필승맨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최영필의 노력이 숨겨있었다.
최영필은 당시 어센시오를 구원해 2이닝을 3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비단 마운드 뿐만이 아니었다. 덕아웃 분위기를 되살린 전날 2연패를 당하자 주장 이범호가 선수단 미팅을 소집해 "최선을 다하자"고 주문했다. 최영필은 이 자리에서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자. 포기하지 말고 끈기 있게 싸우자"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최영필의 독려는 다음날 연장전을 벌이며 5시간 13분의 사투를 끝에 승리를 따낸 결과로 이어졌다. 만일 삼성과의 3차전마저 내줬다면 KIA 팀 분위기는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고 나흘을 쉬고 기다리는 LG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위닝시리즈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KIA 선수들로선 끈기있는 승부가 어떤 결실을 가져오는지 충분히 느꼈던 에피소드였다.
최영필은 승부욕이 강한 사나이이다. 그가 두 번에 걸쳐 팀에서 방출되고도 살아남은 이유였다. 세 번째 기회를 준 KIA 유니폼을 입고 4경기에서 5이닝 동안 방어율 제로, 1승1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공격적인 공을 뿌리며 불펜의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불혹의 사나이가 비단 공만 아니라 투지까지 일깨운 불혹의 필승맨으로 팀의 중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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