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파워 인터뷰] 장원삼, "통산 100승이 우선, 20승은 무리"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4.06.09 10: 40

역대 FA 투수 가운데 성공 사례는 드물다. 송진우(현 한화 코치)를 제외하면 계약 후 부상과 부진 속에 하향세를 보이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렇다 보니 구단에서 FA 투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장원삼(31, 삼성)이 올 시즌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FA 투수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삼성과 4년간 60억에 FA 계약을 맺은 장원삼은 9일 현재 다승 부문 단독 선두(8승)를 달리고 있다. 7년 만의 20승 투수 달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원삼은 'FA 투수들의 성공 시대를 열었다'는 표현에 대해 "안 다치면 된다"고 말했다. 부상만 없다면 기본 성적은 거둘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원삼은 "FA 계약 후 마음이 많이 편해졌지만 기록적인 부분에서 계속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외적으로 신경을 많이 쓴다. 아직까지 부상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다 보니 승수도 많이 쌓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일반적으로 FA 계약을 앞두고 아파도 참고 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장원삼은 예외. 그는 "몸이 아프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편히 했는데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계속 부상없이 하다보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삼성은 프로 원년부터 좌완 투수가 풍부했다. 1982년 '일본 킬러'로 명성을 떨쳤던 이선희(한화 코치)와 권영호(삼성 스카우트 코치)는 나란히 15승 고지를 밟으며 사자 마운드를 이끌었다. 재일교포 출신 좌완 김일융은 3년간 91경기에 등판, 32차례 완투승을 포함해 54승 20패 3세이브(평균자책점 2.53)를 거뒀다. 특히 1985년 25승을 따내며 삼성의 통합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어 성준(SK 코치)과 김태한(삼성 코치)이 삼성 선발진의 한 축을 지켰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뒤 스캇 베이커, 나르시소 엘비라가 선전했으나 이후 삼성의 좌완 왕국 이미지는 서서히 퇴색됐다. 베이커 이후 팀내 15승 좌완 투수 명맥은 끊겼다. 좌완 선발 가뭄에 시달렸던 삼성은 넥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장원삼을 품에 안으며 그토록 바라던 특급 좌완을 품에 안았다. 장원삼은 개인 통산 100승 달성에 4승을 남겨두고 있다. 장원삼이 100승 고지를 밟는다면 역대 삼성 좌완 가운데 최초다.
"삼성 역대 좌완 첫 100승은 가치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장원삼은 "내가 삼성에 와서 승을 많이 거뒀다. 돌이켜 보면 동료 선수들의 도움 속에 비교적 수월하게 거뒀다. 타자들이 잘 쳐주고 중간 투수들이 잘 지켜줘 승수를 쌓는데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원삼에게 100승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돌이켜 보니 대단한 것 같다. 프로에서 1승도 못 하고 은퇴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100승까지 바라보게 될 줄 전혀 상상도 못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에 100승 투수가 많지 않으니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안 다치고 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다승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장원삼은 20승 달성 가능성에 대해 "두 자릿수 승리는 가능하나 20승까지는 무리"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2012년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 경신 또한 염두에 두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100승 달성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그게 두 자릿수 승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뒤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게 내 생각이다. 100승 달성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 빨리 달성한다면 그만큼 더 많은 승리를 거두지 않을까".
장원삼은 FA 계약 직후 "구단에서 내 가치를 인정해준 만큼 꾸준한 모습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분위기라면 FA 투수의 성공 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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