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행' 이명주,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이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6.09 15: 06

갑작스러운 이적 발표 뒤에는 긴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 K리그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선수의 행선지는 결국 유럽이 아닌 중동이었다.
이명주(24, 포항)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알 아인으로 이적한다. 포항 스틸러스는 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주가 알 아인에 입단해 UAE 리그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양 구단간에 이적에 대한 합의는 마쳤다. 그러나 메디컬 테스트와 선수와 알 아인간의 계약 협상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9일 오전 갑작스럽게 마련된 기자회견 자리였다. 포항은 해외이적 추진 선수의 기자회견이라는 모호한 설명만 담겨있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해당 선수와 이적 구단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취재진의 움직임도 긴박하게 이뤄졌다. 포항이 이례적으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 정도라면 유럽 무대 진출이 성사된 것이 아니겠냐는 추측도 이어졌다. 선수는 포항 최고의 자산으로 꼽히는 이명주가, 무대는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이 유력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많은 이들의 예측대로 해외 진출에 나서는 선수는 이명주가 맞았다. 하지만 기대 섞인 바람과는 달리 이명주의 행선지는 알 아인이었다. 물론 알 아인은 UAE리그 최다 우승(11회)을 차지한 중동의 명문으로 흠잡을 데 없는 팀이다. 가나 국가대표 아사모아 기안(29)과 호주 전 국가대표 알렉스 브로스케(31) 등이 알 아인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적료 역시 K리그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이명주는 데뷔 3년차인 지금 K리그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상태다. 2012년 신인상, 2013년 최우수선수 후보 및 베스트11를 차지한 이명주는 올 시즌에도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달성하며 K리그 신기록을 작성했다. 외국인 선수 없이 리그를 치르고 있는 포항이 정상을 달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명주의 존재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포항의 해외이적 추진 선수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모두들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는 이명주의 이적을 점쳤을 만큼, 이명주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카드다. 하지만 아직 성장 중인 이명주의 행선지가 중동이라는 점에 많은 축구팬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중동 무대가 풍부한 자금으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을 모아들이며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에 존재하는 벽은 아직 견고하다. K리그의 강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서도 검증된 사실이다.
물론 이명주 본인도 고민이 깊었다. 측근에 따르면 이명주는 최근까지도 중동에서 온 이적 제의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선택은 중동행이었고, 이명주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안은 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이명주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K리그서 최고 자리에 오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을 때 바로 선택하게 됐다.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번 기회에 나갈 수 있게 됐다"며 "이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태희(레퀴야) 이정수(알 사드) 곽태휘(알 힐랄) 신형민(알 자지라) 등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도 든든한 이유다.
더 큰 무대로 진출하기를 바랐던 팬들에게는 허탈함이 남는 소식일 수도 있다. 특히 월드컵이 끝난 후 곧바로 시즌이 재개되고 우승 경쟁을 치러야하는 포항팬들에게는 웃으면서 보내주기 어려운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엎지러진 물,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중동에서 새로 시작될 이명주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얻게될 지 관심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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