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사생결단 맞대결이다.
1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IA와 한화의 시즌 6차전은 양 팀 선발투수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KIA에서는 왕년의 메이저리거 김병현(35), 한화에서는 외국인 투수 케일럽 클레이(26)가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돼 피할 수 없는 '사생결단'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두 투수 모두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 4월10일 넥센에서 고향팀 KIA로 트레이드돼 온 김병현은 여전히 과거 명성과 거리가 먼 투구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적 후 첫 선발등판이지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클레이 역시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부진한 투구 내용으로 퇴출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김병현은 지난달 말 1군 등록 후 4경기 모두 구원으로 등판했다.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4.73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피안타율(.471) WHIP(2.18) 모두 1군에 있기에는 부족하다. 그러자 KIA 선동렬 감독은 발상의 전환으로 선발 기회를 줬다. 선발등판은 2군을 통틀어 올 시즌 처음으로 넥센 시절이었던 지난해 7월25일 목동 두산전 이후 320일 만이다.
지난 2012년 넥센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 데뷔한 김병현은 선발로 나온 26경기에서 8승11패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했지만 구원으로 나온 12경기에서는 1패3홀드 평균자책점 7.59로 부진했다. 기록을 보면 구원보다 선발이 더 적합했다. 선 감독도 "본인이 길게 던지고 싶어한다. 투구 밸런스는 던지면서 잡히는 것이기 때문에 기대해 보겠다. 투구수 60~70개로 4~5이닝 정도 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레이도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올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클레이는 9경기에서 3승4패 평균자책점 7.22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한화 외국인 투수로는 사상 첫 개막전 승리투수가 돼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이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부상 복귀 후 2연승으로 반전하는 듯했으나 다음 경기에서 또 대량 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피안타율(.348) WHIP(2.07) 모두 낙제점이며 퀄리티 스타트도 1경기 뿐이다. 9경기 중 4경기에서 4회 이전 조기강판돼 외국인 투수의 구실을 전혀 못했다. 김응룡 감독도 인내심에 한계가 온듯 외국인 투수 교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레이로서는 이날 경기에서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자칫 마지막이 될 수 있다.
양 팀 타선도 쉽게 볼 수 없다. 김병현은 올해 한화전 등판이 없지만 클레이는 지난 4월16일 광주 KIA전에서 3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객관적으로 보면 난타전이 예상되는 승부이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두 투수가 어떤 반전을 연출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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