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신인도 성공하기 힘든 최근 프로야구에서 순수 신인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이후 한 번도 프로야구 순수 신인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졸 대신 고졸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들이 많고, 연봉 상한제 폐지, FA 제도로 인해 기존의 프로 선수들이 현역 생활을 이어갈 요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분석이다.
올해 1월말 등록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정식으로 프로에 발을 디딘 신인 선수는 모두 92명. 그중에서 개막 엔트리에 들어 정식 전력감으로 인정받은 새내기는 대졸 신인 7명이었다. KIA가 투수 김지훈(22), 내야수 강한울(23), 외야수 박준태(23) 등 3명을 포함시켰고 한화가 투수 최영환(22), 포수 김민수(23)를 엔트리에 넣었다.

이외에 SK가 우완 언더 박민호(22), 두산이 최병욱(25)을 각각 엔트리에 포함시키며 대졸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그리고 개막 후 시즌을 약 40% 정도 소화한 9일 기준 1군에 있는 신인 선수는 김지훈, 강한울, 최병욱 뿐이다. 이 중에서 특히 1군에서 주목할 만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강한울이다.
강한울은 9일 기준 40경기에 나와 83타수 24안타 18득점 5타점 타율 2할8푼9리를 기록하고 있다. 연습경기, 시범경기 때부터 악바리 근성으로 선동렬 감독을 사로잡은 강한울은 초반 경험 부족으로 미숙한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점차 안정되면서 공수에서 발전하고 있다. 최근 부상당한 김선빈을 대신해 유격수로 선발 기회를 얻었다.
강한울과 달리 넥센 우완 하영민(19)은 타자에 비해 키우기 어렵다는 투수인데다 고졸인 만큼 1군 무대를 밟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염경엽 감독은 처음부터 하영민이 선발투수로 싸울 재원이라 판단하고 2군에서 선발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1군에서 선발들이 집단 난조를 보이면서 하영민의 1군 데뷔전은 예상보다 빨라졌다.
4월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하영민은 이날 5이닝 1실점으로 역대 5번째 신인 데뷔전 선발승 기록을 세웠다. 하영민은 올해 8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5.50을 기록하며 선배들을 제치고 선발 로테이션에 한 자리를 얻었다. 김태균, 이승엽 등 대선배들에게도 몸쪽 공을 던질 줄 아는 패기가 그의 장점이다.
현재 1군에는 없지만 최영환도 한화의 얕은 투수 자원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최영환은 최고 150km의 직구로 한화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점차 프로의 벽을 실감하며 23경기 1승2패 1홀드 평균자책점 7.86을 기록하고 지난 8일 2군 재충전의 시간을 얻었다. 포수 김민수 역시 김응룡 감독의 총애를 받았으나 옆구리 부상으로 지난달 말 2군에 내려갔다.
강한울과 하영민은 1군에서 오래 경험을 쌓지 않았지만 벌써 선배들의 자리를 위협할 만큼 큰 존재감을 얻고 있다. 두 팀 모두 신인에게 그 역할을 맡겨야 하는 빈약한 전력 사정을 안고 있기도 하다. 아직 다듬을 곳도 많고 실수도 많지만, 두 선수 모두 웬만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담대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발전을 더욱 기대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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