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작년 기적을 바라는 건 무리일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6.10 08: 30

2013년 6월 22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패한 LA 다저스 클럽하우스는 침묵이 지배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나섰지만 홈런을 얻어맞으며 6이닝 4실점으로 패했고, 팀은 30승 42패로 지구 최하위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초호화군단을 꾸렸지만 투타 엇박자로 지는 경기가 더 많았다. 수장 돈 매팅리 감독은 연일 현지 언론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고 경질설까지 나돌았다. 지구 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는 9.5경기까지 격차가 벌어지며 시즌을 이대로 접는가 싶었다.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바로 다음 날부터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도약에 성공할지. 바로 다음날 경기를 잡은 다저스는 그로부터 6연승을 달렸다. 이어 4연승, 5연승 연승이 계속됐고 10연승까지 기록했다. 작년 6월 23일부터 9월 4일까지 다저스는 64경기에서 51승 13패, 승률 7할9푼7리를 거두면서 지구 선두로 뛰어올랐다. 결국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남기고 2013년을 마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는 여전히 우승후보로 손꼽혔다. 작년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다가 라이벌 구단의 전력보강도 두드러지게 이뤄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뚜껑을 얼어보니 고전의 연속이다. 10일 현재 다저스의 성적은 33승 31패, 승률 5할1푼6리다. 지구 선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무려 9.5경기나 뒤져 있다.

다저스의 올 시즌 최소 기대치는 지구 우승이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현재까지 다저스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작년 다저스는 9.5경기 차이를 뒤집었는데 올해도 그와 같은 '기적'이 이뤄질 수 있을까. 기적은 자주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기적이 아닐까.
올해 다저스의 불안요소는 류현진-야시엘 푸이그 투타 괴물의 2년차 징크스 여부, 그리고 외야 4인방 교통정리였다. 일단 류현진과 푸이그는 우려의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순항하고 있다. 류현진은 7승 2패 평균자책점 3.08로 팀 다승 2위를 달리고 있고, 푸이그는 타율 3할3푼5리 11홈런 40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그렇지만 외야 4인방의 교통정리는 아직까지 다저스를 괴롭히고 있는 문제다.
투수진에는 큰 문제가 없는 다저스다. 다저스 선발진의 성적은 29승 17패 평균자책점 3.26으로 리그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류현진으로 짜여진 1,2,3선발은 어느 구단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고, 조시 베켓과 댄 하렌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는 구멍이 없다. 불펜도 초반 부진을 딛고 최근 성적이 나쁘지 않다. 8일 콜로라도전에서 크리스 페레즈가 끝내기를 맞기 전까지 다저스 불펜은 14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문제는 타선이다. 팀 주축선수들의 부진이 뼈아프다. 아드리안 곤살레스(.247), 핸리 라미레스(.257), 칼 크로포드(.267), 맷 켐프(.253), 안드레 이디어(.251) 등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들의 타율은 2할대 중반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곤살레스는 4월 뜨거운 방망이를 보여줬지만 최근 26타수 1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타격부진이 심각하고, 라미레스는 수비에서 불안불안한 모습이다.
외야진도 교통정리에 애를 먹고 있다. 펄펄 나는 푸이그를 제외하면 나머지 외야 2자리에 3명의 선수를 돌아가며 기용해야 한다. 최근 매팅리 감독은 켐프를 아예 좌익수로 고정시키려는 생각인데, 그렇게 되면 크로포드/켐프(좌익수), 이디어/밴 슬라이크(중견수)가 좌,우완 투수에 따라 플래툰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고액연봉 선수들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다.
다저스가 작년과 같은 기적을 재현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이뤄져야 한다. 첫 번째는 고액연봉 4인방의 부활이다. 켐프(2100만달러), 곤살레스(2100만달러), 크로포드(2025만달러), 라미레스(1600만달러)는 현재 다저스 야수연봉 1위부터 4위까지 차지하고 있다. 5위 이디어(1200만달러)까지 포함하면 올해 이들의 연봉만 9000만 달러를 조금 넘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15위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 팀연봉(9093만달러)과 맞먹는다.
두 번째는 작년 푸이그와 같이 팀에 바람을 불어넣을 선수가 필요하다. 다저스 외야진의 문제는 연봉대비 활약이 미미한 비효율성도 있지만 유망주 콜업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있다. 현재 트리플 A를 맹폭하고 있는 잭 피더슨 같은 선수는 메이저리그 승격만을 기다리고 있다. 피더슨은 트리플A에서 55경기 15홈런 13도루 타율 3할3푼7리로 성적은 충분히 보여줬다.
올해 다저스의 팀연봉은 2억2000만달러를 조금 넘게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돈을 많이 썼다. 그렇지만 성적은 여전히 기대 이하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위안거리가 있다면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다는 점, 그리고 지구 1위인 샌프란시스코(42승 21패)의 페이스가 너무 좋아 조정기를 거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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