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별 "처음 도전한 숏컷..저 머리빨 아니죠?" [인터뷰]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06.10 09: 00

얼짱 출신, 누군가의 여자친구 등 박한별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많다. 그러나 정작 진짜 박한별을 설명해주는 단어는 없었다. 누가 봐도 예쁜 외모의 그는 사실 털털한 소녀였다. 진짜 박한별을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다른 무엇도 아닌 '긍정'이었다.
SBS 일일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가 종영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날 만나본 박한별은 밝음으로 똘똘 뭉친 옆집 언니였다. 특히 박한별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인터뷰어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다. 6개월동안 쉼없이 달려온 드라마 일정, 그리고 쉴 시간도 없이 이어진 여러 개의 스케줄에도 그는 환히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 간단한 종영 소감을 묻자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또 촬영하러 가야할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느 배우들이 다 하곤 하는 답이라 여겼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그도 아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잘 키운 딸하나'는 정말 바쁘게 돌아가는 일일드라마 촬영 일정이 마치 영화 촬영 일정처럼 돌아갔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배우들이 다들 서로 친해졌거든요. 촬영이 끝나고나서 잠깐 한두시간이라도 더 이야기하고 술도 한잔하고 그랬었죠. 저희 단체 채팅방도 있어요. 작품이 끝나고나서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요. 만약에 이 드라마가 잘 안됐더라고 전 정말 좋았을 거예요. 사람을 좋아하는데,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니까요."
 
그런 그에게 특히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출 기회가 많았던 두 남자 이태곤, 정은우와의 사이는 각별하다. 극 중 삼각관계로 그려지기도 한 두 사람에 대해 '굳이' 하나를 택일한다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박한별은 꽤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태곤)오빠와 (정)은우는 정말 달라요. 오빠는 상남자이고 오빠 같지만 귀엽고 어린 부분이 잇어요. 은우는 동생 같은데 오빠 같을 때가 많고요. 태곤 오빠는 장난기가 많아요. 촬영 때마다 웃겨서 NG가 나요. 상남자처럼 보이고 싶어하는데 어리고 순수한 면이 있어요. 저번에는 싸우는 신이 있었는데, 그 전날부터 신나있더라고요.(웃음)"
사실 일일드라마 촬영 환경에서 이처럼 배우들이 사적인 시간을 보낸다거나,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의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잘 키운 딸 하나'의 경우 손이 많이 가는 야외 신이 대다수였기 때문. 아니나다를까 이 드라마의 촬영기는 주인공 박한별에겐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사람이 너무 안 자고 그러다보니 몸이 이상해지더라고요.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어요. 드라마의 내용 자체도 스펙타클했는데, 촬영까지 미니시리즈처럼 했거든요. 출연자들끼리 항상 '우린 미니시리즈를 빙자한 일일드라마'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예를 들면 일일드라마에 쉽게 등장하는 밥 먹는 신이 저희는 없었어요. 마지막 회에 딱 한 번 나왔었는데 적응이 안돼서 잘 못하겠는 거 있죠."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한 '잘 키운 딸 하나'가 박한별에게 특별한 것은 또 하나 있다. 바로 남장 연기다. 처음 이 드라마는 박한별이 짧은 머리로 등장해 남장 여자를 연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머리를 잘라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틀동안 고민했어요. 캐릭터, 작품이 너무 좋은데, 평생 머리를 잘라본 적이 없으니 부담이 됐죠. 그러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 때 아니면 언제 잘라보겠냐는 생각이요. 다행히 머리빨이 아니었죠?(웃음)"
그렇게 시작된 '남자가 된 박한별'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엔 여자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었다는 그는 남장을 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모바일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으로 지정해놓을만큼 애정을 갖고 있었다. 박한별은 그 사진을 보여주며 "너무 멋있지 않냐"며 자기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목소리, 말투 이런 것들은 힘을었는데, 그것 외에는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평소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웃음). 더군다나 여자는 힐을 신고 메이크업까지 여러 가지 다 불편하잖아요. 그런데 '잘 키운 딸 하나' 장하나 같은 경우 아침에 준비하는 시간이 10분이 걸려요. 메이크업도 딱 비비크림만 발랐어요. 남자 배우들보다도 오히려 더 메이크업을 안 했죠. 겨울에 옷도 10겹씩 껴 입을 수 있고요."
얼짱 출신으로 시작한 그는 이제 서른살을 넘긴 여배우가 됐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을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한별은 고민보다는 긍정을 택했다. 굳이 걱정을 꼽으라면 나이들며 찌기 시작한 군살 정도. 그렇게 박한별은 밝고 평화로운 30대 여배우가 됐다.
"걱정이요? 군살?(웃음) 20대 때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쪘는데, 이젠 긴장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사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세상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달려있잖아요. 스무살 때는 그래서 연기를 잘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에게 '연기가 늘었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연기엔 잘하고 못하고가 없어요. 세상을 얼마나 알고 이해하고의 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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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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