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일의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의 성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다.
"전반전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라고 말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축구팬은 드물다. 결정력의 차이라고 하지만 내용에서도 완패였다. 0-4의 차이는 단순히 결정력만으로 벌어지는 차이가 아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서 열린 평가전에서 0-4로 대패했다. 불과 8일 뒤 러시아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갖는 한국으로서는 불안감을 더욱 키운 경기였다.
당초 홍명보 감독은 가나전을 통해 미국 마이애미 전훈에서의 성과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수비진의 조직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역습, 그리고 세트피스에서의 공격과 수비 등이 점검 대상이었다. 모든 것이 러시아전에 초점을 맞춘 전술이었다. 하지만 가나전에서 만족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수비진의 조직력은 바닷가의 모래성보다 못했고, 역습은 '역습'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단지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튼)의 고군분투만이 무난했다.

한국은 지난달 28일 국내에서 가진 평가전에서 0-1로 튀니지에 패배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많은 팬들을 모아놓고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호성적을 기원하는 출정식을 가졌지만 패배로 자존심을 구겨야만 했다. 그러나 반전의 기회는 남아 있었다. 튀니지보다 강팀으로 분류되는 가나를 상대로 승리를 한다면 선수단의 사기는 물론 걱정 일색 가득한 여론을 단번에 바꿀 수 있었다.
결과는 패배였다. 단순한 패배가 아닌 참패였다. 한국의 최근 A매치 결과 중에서도 손꼽히는 패배였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전날 선수들이 자신감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날 패배는 선수들의 있던 자신감도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개인의 실수로 2실점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패배의 책임을 선수 개인에게 전가해 특정 선수들의 어깨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라면 패배가 단순히 선수들의 실수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개인의 실수였다면 경기 결과는 바꾸지 못했더라도 내용은 바꿀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2실점 이후의 경기력과 실점 전의 경기력은 큰 차이가 없었다. 골대를 맞추는 등 기회가 있었다고 하지만 가나는 더욱 많은 기회를 만들며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게다가 가나가 선수들을 대거 교체한 이후에도 추가 실점을 했다. 개인의 실수 이후에 나온 2실점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까.
실점의 원인을 선수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무너진 수비 조직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날 한국 4실점은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크다. 솔직하게 인정을 해야 할 때다. 조직력은 물론 역습 등 마이애미에서 훈련한 성과는 가나전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이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월드컵 본선에서도 바뀔 것이 없다. 인정을 해야 문제점을 고칠 수 있다.
sportsher@osen.co.kr
마이애미(미국)=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