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팀(One Team)'을 강조했던 홍명보호에서 패배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고 있는 모습이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자존심을 구겼다. 한국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마이애이에 위치한 선라이프 스타디움서 열린 가나 축구대표팀과 평가전에서 0-4으로 대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월드컵에서의 호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트리게 됐다.
몇 차례 기회는 있었다고 하지만 기회는 기회일 뿐 아무 것도 아니다. 0-4라는 결과물이 내용적인 면에서도 한국이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음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의 생각은 다른 듯 하다. 홍 감독은 "초반 2실점이 극복하기 힘든 숙제였다고 생각한다. 조직적인 실수보다는 개개인의 실수로 2실점을 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며 선수들에게 잘못을 돌렸다.

홍명보 감독이 지목한 2실점은 선수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맞다. 전반 11분 조던 아예우의 득점은 김창수의 백패스 실수에서 비롯됐고, 전반 44분에는 곽태휘가 공을 아사모아 기안에게 뺏기는 바람에 추가골을 내줬다.
하지만 대패의 원인을 모두 두 선수에게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조직력의 문제가 아닌 선수 개인의 실수였다면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만회골을 넣거나 경기 내용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다. 한국은 두 선수의 실수 때와 큰 차이 없이 지속적으로 흔들렸고, 추가적으로 2골을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조직력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순간은 후반 8분 조던 아예우의 추가골 장면이다. 조던 아예우는 설리 문타리의 패스를 받아 아크 정면에서 자유롭게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조던 아예우의 주위에는 한국의 어떤 선수도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아크 정면에서 완벽한 기회를 잡은 조던 아예우는 마음껏 슈팅을 시도했고, 골대 중앙에서 어느 쪽으로도 각도를 좁히지 못한 골키퍼 정성룡은 슈팅을 처리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휘봉을 잡으면서 '원 팀'을 강조했다. 23명의 선수 개개인을 위해 하나의 팀이 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팀이 되기 위해 23명의 선수가 모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의 성과보다 팀의 승리를 우선으로 삼고 노력했다. 그런 상황에서 패배의 원인을 팀이 아닌 선수 개인에게 돌린다면, 선수들의 상실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더 이상 팀이 아닌 자신을 위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
아직 브라질 월드컵은 개막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자신들의 성립 바탕이 된 '원 팀'이 크게 흔들리며 위기에 몰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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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미국)=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