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의 주인공, 그레이스 켈리가 미운오리새끼에서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왕족, 영화 '킹스 스피치'의 주인공 조지 6세와의 닮은 꼴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인 여배우일 뿐이라는 여론을 종식시키고 모나코의 영원한 상징이 된 그레이스 켈리가 말더듬이 왕이라는 오명을 벗고 영국 국민들의 영웅이 된 조지 6세의 인생스토리와 많은 부분 닮아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먼저 그레이스 켈리는 세간의 불신과 의심을 받으며 왕비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에서 조지 6세와 닮아있다. 미국 태생의 그레이스 켈리를 왕비로 받아들이지 못하던 모나코 국민들과 켈리에게 쏟아지는 세계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던 왕실은 켈리의 왕비로서의 자질을 의심했다.

하지만 켈리는 자신에게 집중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현명하게 이용해 세계 여론을 움직였고, 이는 프랑스와의 정치적 대립을 해결하는데 가장 유용한 도구로 사용됐다. 다른 왕가 인물들과는 달리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열린 소통을 추구하던 그답게 국경지역과 시장 골목을 누비며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며,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전세계의 정상들을 한 데 불러모은 자리에서 펼친 연설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것으로 전해진다.
조지 6세 또한 엉겁결에 왕좌에 올랐지만 심한 말더듬증과 소심한 성격 탓에 왕으로서의 자격을 의심 받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도, 위엄 있는 왕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던 그는 세계 2차 대전을 앞두고 불안에 떠는 국민들 앞에 서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거듭했고, 그 어떤 왕족보다 진정성 있는 참전 연설로 역사에 길이 남을 국왕이 됐다.
이와 같은 역전 스토리에 조력자가 있다는 것 역시, 켈리가 조지 6세와 닮은 점이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에 등장하는 프란시스 터커 신부와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는 진심으로 켈리를 지지했던 실존인물들이다.
특히 레니에 3세가 '정신적 아버지'로 불렀던 프란시스 터커 신부는 켈리가 모나코의 정치, 경제, 문화, 역사, 언어를 익힐 수 있도록 최고의 전문가를 섭외했다. 세계 정상들 앞에서 누구보다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 무엇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왕비수업이었다. 이 수업을 통해 진정한 모나코 왕실의 안주인, 전략적인 정치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왕비로 거듭난 켈리의 활약은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다.
조지 6세의 경우 익히 알려진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와 아내인 퀸 엘리자베스가 있었다.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 다소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던 라이오넬 로그는 실제로 일반 서민 출신이었음에도 조지 6세의 언어 장애를 치료하고 당당한 국왕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파격적인 치료법을 동원하며 조지 6세의 곁을 지켰다.
한편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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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