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였다. 예상대로 뜨거운 난타전이 벌어졌다. KIA 김병현과 한화 케일럽 클레이가 선발 맞대결에서 나란히 대량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두 투수 모두 벼랑 끝 승부였으나 우려대로 나란히 무너졌다.
1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KIA는 언더핸드 김병현(35), 한화는 외국인 클레이(26)를 내세웠다. 벼랑 끝 생존투가 필요했지만 현실은 차갑고 냉정했다. 김병현은 2⅔이닝 5피안타 3볼넷 1탈삼진 7실점(6자책), 클레이는 1⅓이닝 7피안타(1피홈런) 1사구 6실점 최악의 피칭을 펼쳤다. 두 투수가 뭇매를 맞으며 경기는 초반부터 난타전으로 흘렀다. 경기는 한화가 KIA에 16-15 재역전승. KIA는 20안타 15득점, 한화는 17안타 16득점으로 폭발했다.
▲ 김병현, 7점차 리드 못 지켰다

넥센 시절이었던 지난해 7월25일 목동 두산전 이후 320일 만에 선발등판 기회를 잡은 김병현은 1회 안타 2개를 맞고 선취점을 줬지만 2회 내야 땅볼 3개로 삼자범퇴하며 안정감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3회에만 안타 3개와 볼넷 3개로 6실점하며 무너졌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제구였다. 2회까지는 볼넷이 없었지만 3회에만 볼넷 3개로 자멸했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타자 머리 쪽으로 향하거나 바깥으로 완전히 빠지는 '랜덤 제구'. 주자가 없을 때는 커브 각이 괜찮았지만 주자가 있을 때 흔들렸다. 스트라이크 28개, 볼 23개로 비율이 비슷했다. 최고 구속도 142km에 그치며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이날 김병현은 직구(28개) 커브(23개) 투피치로 던졌다. 구속과 제구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구종마저 단조로웠다. KIA 타선이 2회까지 무려 8점을 지원하며 8-1 리드를 안겨줬지만 김병현은 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마운드를 일찍 내려갔다. 이날로 김병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4.73에서 17.05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 클레이, 시즌 최소이닝 강판
클레이도 경기 시작부터 흔들렸다. 거듭된 우천 연기로 12일을 쉬고 올라왔지만 힘이 떨어져 보였다. 1회 2사 후 신종길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몸쪽 높게 들어가는 실투가 돼 시즌 8번째 피홈런을 기록한 클레이는 2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안타 4개를 연속해서 맞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총 투구수 50개였지만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이날 클레이는 최고 145km 직구(28개) 외에도 컷패스트볼(14개) 커브(5개) 체인지업(3개)을 섞어 던졌으나 어느 공 하나 위력적이지 못했다. 직구는 구속과 구위 모두 못 미더웠고, 변화구 역시 타자들의 배트를 속이기에는 움직임이 밋밋했다. 홈런을 빼면 안타를 맞은 게 직구·커터·싱커로 모두 패스트볼 계열이었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하지 못했다.
시즌 10번째 등판을 가진 클레이는 이날로 5경기째 4회를 채우지 못하며 조기강판됐다. 1⅓이닝은 개인 최소 이닝. 선발투수로는 그야말로 낙제점이다. 클레이의 시즌 평균자책점 역시 7.22에서 8.33으로 더 올랐다. 9개 구단 전체 외국인 투수 중 클레이보다 평균자책점 높은 투수는 헨리 소사(넥센·10.55) 한 명 뿐이다. 하루빨리 한화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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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