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를 망친 학생이 과연 수능은 잘 볼 수 있을까.
홍명보호가 최종 모의고사마저 망쳤다. 축구국가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가나를 맞아 0-4로 참패했다. 결과도 실망스러웠지만 내용도 좋지 못했다. 지난 5월 28일 튀니지전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생각했던 국민들은 ‘역시나’ 또 실망하고 말았다.
가나전 ‘사대영 참패’는 역대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최종평가전과 비교해도 최악의 결과다. 1986년 이후 국가대표팀은 보통 월드컵 직전에 한 수 아래의 상대와 붙어 자신감을 충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의 문제점을 고치기보다 출전하는 분위기를 먼저 고려했던 셈이다. 심지어 1990년까지는 A매치를 치르지 못해 다른 클럽팀을 초청해서 붙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대표팀은 최종평가전 4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뒀다. 하지만 본선무대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다. 상대는 페루클럽팀 알리안사(2-0승), 국가대표가 빠진 도르트문트(3-1승), 온두라스(3-0승), 중국(1-1무)이었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강팀과 붙게 된 것은 2001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후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은 프랑스와 붙어 2-3으로 졌다. 지단, 앙리 등 최정예가 총출동한 프랑스는 1년 전 한국을 5-0으로 격파했던 상대였다. 비록 또 패했지만 1년 만에 한국은 완전히 달라졌다. 월드컵 챔피언을 상대로 설기현과 박지성이 골을 터트리며 대등한 경기를 했다. 한국의 4강 신화는 평가전부터 예고되었던 셈이다.
2010년에는 역시 남아공월드컵을 제패할 스페인과 붙어 0-1로 졌다. 세계적 강호와의 대결은 태극전사들의 자신감을 충전하는 계기였다. 이번 가나전 0-4 패배는 역대 평가전 최악의 성적이다. 종전 최다점수 차 패배는 2006년 역시 가나에게 당한 1-3 패배였다. 특히 한국이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완패를 당한 것은 2010년 스페인전 이후 두 번째였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개개인의 실수로 2실점을 한 것이 패배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나머지 전체적인 상황은 몇 장면 안 좋은 장면 있었지만 남은 기간 동안 우리가 잘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홍명보호가 문제점을 수정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수비조직력 문제는 하루아침에 고칠 수 없는 문제다. 지난 28일 튀니지전에 드러났던 상대 공격수들에게 슈팅공간을 내주는 문제, 골키퍼와 수비수들의 조직력이 맞지 않는 문제는 가나전에서 반복됐다. 김진수와 홍정호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주전 포백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다.
홍명보 감독은 “이제 한 1주일 정도 남았다. 축구라는 것이 긴 시간을 활용해서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짧은 시간에도 (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오늘 패배가 우리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남은 시간 지켜봐야 한다”고 평했다.
평소 성적이 좋지 못했던 홍명보호는 이제 일주일의 ‘벼락치기’를 통해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과연 홍명보호는 브라질에서 반전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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