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제국이 지독했던 불운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류제국은 10일 사직 롯데전서 12일 만에 선발 등판, 6이닝 7탈삼진 6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시즌 2승에 성공했다. 실투 두 개가 홈런으로 이어졌으나 모두 솔로포, 올 시즌 경기 중 가장 안정적인 제구력을 선보였다. 상대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는 지난해 보여준 위기극복 능력을 재현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그동안 류제국은 누구보다 절치부심하며 이날 경기를 준비했다. 지난 6일과 8일 두 차례 불펜투구에 임하며 밸런스를 잡는데 전력을 다했다. 8일 불펜투구 때 공을 받은 2년차 포수 김재민에게 공 하나하나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강상수 투수코치로부턴 팔각도·릴리스 포인트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 “다나카의 기분으로 던져보겠다”며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원심 스플리터까지 구사했다. 당시 강 코치는 “제국이가 재민이와 연구하며 던지는 모습이 새로우면서도 보기 좋다”고 웃었다.

류제국에게 올 시즌은 누구보다 험난했다. 지난해 12승을 거두며 4년의 공백을 무색케 했던 것과 달리, 시즌 개막부터 투구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전했다. 4월 13일 NC전서 탈심진 11개, 5월 3일 두산전에선 6이닝 퍼펙트를 기록했으나 승리와는 무관했다. 5월 23일 SK전서 마침내 시즌 첫 승을 올렸지만, 5이닝 6실점으로 투구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류제국은 고개 숙이지 않았다. 휴식기였던 지난 6일 “올 시즌 내가 등판한 경기서 우리 팀이 2번 밖에 승리하지 못했다. 투구내용이 좋아졌다고 해도, 팀이 패하면 아무 의미 없다. 안 좋은 부분이 드러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덧붙여 “아직 끝나지 않았다. 75경기 이상 남았고 나 역시 앞으로 12번이 넘게 선발 등판한다. 올 시즌 팀이 2, 3연승을 한 후 고비가 왔고, 그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한 번만 연승이 길어지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지난해 해봤기 때문에 다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각오를 다졌다.
결국 시즌 4번째 퀄리티스타트가 승리로 이어졌다. 류제국은 “첫 경기 승리는 운이 따랐었다. 오늘 경기는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승다운 승을 했다”며 만족을 표했다. 휴식기를 통해 1선발 에이스란 부담을 떨쳐냈고, LG 또한 주중 첫 경기를 잡으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류제국에 대해 ‘스케일이 큰 투수’라고 입을 모은다. 2013시즌 류제국을 지도했던 차명석 투수코치는 “향후 15승을 올릴 수 있는 투수다”며 류제국이 부동의 1선발 에이스투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양상문 감독도 마찬가지다. 양 감독은 지난달 15일 잠실 롯데전 중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류제국에게 “너는 팀의 에이스다. 에이스답게 맞붙어라”고 힘을 불어넣었다.
화려한 무브먼트를 자랑하는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 각도 큰 커브, 절묘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등 구위만 봐도 에이스투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류제국의 진가는 구위가 아닌 멘탈에 있다. 흔들릴 때도 있지만 결코 쓰러지지는 않는다.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거의 꿈을 품고 미국 땅을 밟은 류제국은 약 10년 동안 산전수전을 겪으며 실패를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 2013년 2월 처음으로 LG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미국에 갔던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힘들었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할 수 있으나 그만큼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10일 경기서 류제국은 7회 2루수 박경수의 실책으로 강민호에게 출루를 허용, 곧바로 교체됐다. 이후 류제국과 박경수가 대화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류제국은 당시 상황을 두고 “오늘만 경기하고 끝나는 거 아니니까 괜찮다고, 웃으면서 하자고 했다”며 리더다운 모습을 보였다. 선발진 맏형인 류제국은 후배 선발투수들이 투구 내용에 실망할 때면, 가장 먼저 다가가 위로를 전한다.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았다. 1선발 류제국이 앞으로도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면, 마운드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5할 승률에 가까워지면 후반기 대반격도 가능하다. 양 감독 역시 올스타 브레이크때 성적을 기준으로 올 시즌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여전히 LG는 매 경기 승리에 ‘올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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