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7번, 31)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5월 타율 3할5푼7리를 기록한 것에 이어 6월 5경기서 16타수 8안타 타율 5할을 찍고 있다. 규정타석도 채우며 프로 데뷔 후 첫 풀타임 출장을 바라본다. 지독한 부상 악령에서 탈출, 팀의 중심으로 올라설 기세다.
그동안 이병규는 좀처럼 유망주 껍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팀에는 특급 외야수와 좌타자가 즐비했고, 타격 슬럼프는 곧 선발라인업 제외를 의미했다. 2년 전에는 전문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꿨다가 무릎 부상을 당했다. 누구와 비교해도 부럽지 않는 타격 밸런스·선구안·스윙을 갖고 있지만, 쟁쟁한 선배들 속에 묻히곤 했다.
지난달 11일 양상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이병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양 감독은 “병규는 이전부터 흥미롭게 지켜봐온 타자다. 충분히 삼성 최형우와 같은 활약을 할 수 있다고 봤다”며 “LG가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한 키 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잠실구장이 아닌 다른 구장을 사용했다면 훨씬 전부터 대형타자로 더 주목 받았을 것이다. 항상 한 고비를 못 넘어서 잠재력이 다 터지지 않았는데 잘 해줄 것이다”고 했다.

사실 많은 지도자들의 이전부터 이병규의 재능을 알아봤다. 전임 박종훈 감독은 2010시즌 이병규을 전격 콜업, 1군 무대서 100경기 이상 출장시켰다. 당해 이병규는 타율 3할 12홈런을 터뜨리며 박 감독의 기대에 응했다. 2012시즌부터 LG를 맡은 김기태 감독 또한 “타격왕을 차지할 능력이 있는 타자다”며 이병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소극적인 모습을 고치기 위해 ‘작뱅’대신 ‘빅뱅’이란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양 감독의 이병규 기용법은 전임자보다 무게가 있다. 박 감독은 외야진 무한 경쟁을, 김 감독은 이병규의 1루 전환을 꾀했다. 두 감독 모두 매 경기 이병규 타순에 변화를 줬다. 양 감독은 이와 반대로 이병규의 자리를 고정시키고 있다. 양 감독은 부임 직후 “앞으로 병규가 1루를 보는 일은 없을 듯하다”고 전한 바 있다. 휴식기였던 지난 3일에는 “병규는 중심타선에 배치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병규는 지난달 27일 삼성전부터 10경기 연속 3번 혹은 5번 타자로 출장하고 있다. 1루수 출장도 양 감독 부임 후에는 전무하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10일 사직 롯데전서 이병규를 중견수로 기용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박용택에게 휴식을 주면서도 공격력을 강화를 위해 이병규에게 외야 한 가운데를 맡겼다. 올 시즌 처음으로 중견수로 출장한 이병규는 7회말 손아섭의 큰 타구를 잡아내는 호수비까지 펼쳤다. 중견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병규가 수비서도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병규는 지난 8일 잠실 KIA전서 6타수 6안타 6타점으로 맹활약, LG 구단 최초로 한 경기 6안타를 달성한 타자가 됐다. 당일 경기 전 양 감독이 “병규에게 매번 팀 내 분위기를 좀 올려보라고 하고 있다.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 것을 들은 듯 프랜차이즈 신기록을 세웠다. 6안타 달성 후 이병규는 “우리 팀 기록인 줄은 몰랐는데 영광이다. 감독님 말씀처럼 이제는 내가 후배도 챙길 때인 것 같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적토마’ 이병규처럼,‘빅뱅’ 이병규도 LG의 중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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