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경기 중 상대 3루수를 향해 고의로 배트를 집어 던진 혐의가 인정된 볼티모어 오리올즈 내야수 매니 마차도가 5경기 출장정지와 벌금부과라는 징계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마차도와 함께 빈볼을 던진 혐의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투수 페르난도 아바드에게도 벌금을 부과했다. 둘이 받은 벌금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마차도에게 5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지게 된 것은 9일 오클랜드전 8회 벌어진 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당시 타석에 서 있던 마차도는 상대 구원 투수 아바드가 초구를 무릎 쪽으로 던진 데 이어(포수가 볼을 잡지 못했다) 2구째 역시 같은 쪽으로 던지자 스윙하는 자세에서 배트를 그대로 3루 쪽으로 던져 버렸다. 마치 스윙 하다 배트를 놓친 것 처럼 보이게 했지만 배트는 3루 베이스를 넘어 3루심 앞에 떨어질 정도로 멀리 날았다.
자신의 옆에 배트가 떨어지는 것을 본 오클랜드 3루수 알베르토 칼라스포는 어이없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마차도와 오클랜드 포수 스테판 보그가 언쟁을 하는 사이,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벤치 클리어링은 큰 불상사 없이 진정됐으나 4심 합의 끝에 아드리안 존슨 구심은 마차도와아바도의 퇴장을 선언했다.

마차도가 3루 쪽을 향해 배트를 날린 것은 고의성이 다분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아바도의 투구가 포수 미트에 닿은 다음 스윙이 시작된 것으로 보일 만큼 정상적인 스윙이 아니었다. 이전의 상황도 마차도의 행동에 고의성이 다분함을 의심케 한다.
사건은 볼티모어와 오클랜드의 3연전 첫 날인 7일로 거슬러 간다. 오클랜드가 2-1로 앞선 3회 2사 후 2루 주자로 있던 마차도는 다음 타자의 3루 땅볼 때 3루를 향해 달렸다. 이 때 오클랜드 3루수 조시 도날드슨이 1루 송구대신 태그를 시도했다. 태그를 피하고자 마차도가 뒷걸음질 치는 순간 도날드슨의 글러브가 마차도의 가슴을 쳤다. 조금 세기는 했지만 큰 무리 없는 태그 플레이. 하지만 뒷걸음 치던 서슬에 뒤로 넘어진 마차도는 헬멧을 벗어 던진 후 벌떡 일어나 도날드슨과 언쟁을 벌였다. 당연히 양팀 선수들도 덕아웃과 불펜에서 뛰어나왔다.
오클랜드가 2-3 역전을 허용한 6회 2사 후 도날드슨이 타석에 들어섰다. 볼티모어 선발 투수 첸 웨인이 볼카운트 2-2에서 도날드슨을 향해 연속해서 몸쪽 볼을 던졌다. 어깨 근처로 오는 볼이어서 도날드슨이 겨우 피할 정도였다. 마지막 8구째는 몸에 스친 볼로 판정 돼 도날드슨은 몸에 맞는 볼로 1루로 나가게 됐다. 하지만 도날드슨은 3루쪽 자기팀 덕아웃을 향해 무엇인가 말을 했고 래리 배노버 구심은 첸 웨인에게 구두로 경고했다. 이 몸에 맞는 볼이 올 시즌 69.2이닝을 던진 첸 웨인이 기록한 유일한 몸에 맞는 볼이었다.
이날은 이 정도로 끝났고 8일 경기 역시 별 일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문제의 9일 경기는 1회부터 사건이 일어났다. 1회 무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스캇 카즈미어의 4구째(볼카운트 2-1) 체인지업에 속아 헛스윙 아웃 되던 마차도의 배트가 크게 원을 그리며 오클랜드 포수 데릭 노리스의 뒤통수를 쳤다. 노리스가 헬멧을 쓰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던 상황.
하지만 무슨 일인지 마차도는 팀이 0-10으로 지고 있던 6회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와 같은 일을 또 한 번 저질렀다. 볼카운트 0-1에서 다시 카즈미어의 체인지업에 헛스윙 하면서 노리스의 머리를 쳤다. 이 번에는 충격이 더 커 노리스는 현장에서 간단한 뇌진탕 테스트까지 받아야 했고 결국 우익수를 보고 있던 보그가 노리스 대신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런 긴 사연 끝에 마차도가 8회 다시 타석에 들어섰을 때 아바드의 빈볼이 나왔고 마차도는 배트를 크게 휘두르는 대신 아예 상대 3루수 쪽으로 집어 던졌다. 문제는 당시 오클랜드 3루수가 칼라스포였다는 점이다. 이틀 전 마차도와 마찰을 빚었던 그랜드슨은 8회 볼티모어의 공격이 시작될 때 에릭 소가드와 교체됐고 2루에 있던 칼라스포가 3루수, 소가드가 2루수 위치에 서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칼라스포는 남의 싸움에 벼락을 맞을 뻔한 셈이다.
10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던 마차도는(하지만 경기 당일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제재가 발표되자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마차도는 출장정지가 발효되는 11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볼티모어에 지명된 마차도는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지난 해는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156경기에서 .283/.314/.432(타율/출루율/장타율)14홈런, 71타점, 88득점을 기록했다. 올스타에 선발됐고 3루수 부문 골드글러브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지난 해 9월 경기 중 당한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고 이 때문에 올 시즌은 5월 2일에야 리그에 복귀했다. 수술 후유증인지 현재까지 35경기에서 .229/.283/.336, 4홈런, 11타점 32득점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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