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가 있는 성인만화 ‘멜랑꼴리’가 성인용품 시장에 진출했다. 분명 존재하지만 굳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외면하고 있던 성인용품 시장을 당당하게 양지로 끌어내고 싶었다는 게 ‘멜랑꼴리’를 탄생시킨 작가 비타민(본명 이기호)의 육성이다. 성인용품 시장이 음성적으로 성장해 오고 있는 사이 시장은 더욱 왜곡되고 있다는 한탄도 섞여 있다.
‘멜랑꼴리’는 지난 2001년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투데이’에 연재 되면서 빛을 본 만화 캐릭터다. 고양이를 형상화 한 ‘냥이’와 강아지를 형상화 한 ‘멍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인간 내면의 성적인 욕망을 유머와 위트에 실어 표현했다. ‘멜랑꼴리’는 2005년 종이신문 ‘스포츠투데이’가 폐간되면서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겨 웹툰 형식으로 오늘날까지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비타민은 “멜랑꼴리에서 ‘냥이’와 ‘멍이’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남녀의 심리를 연구했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여자의 심리는 고양이의 행동과 닮았고 남자의 심리는 강아지의 행동과 닮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14년 동안 연재를 계속하다 보니 캐릭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사회상의 변화에 따라 ‘냥이’ 캐릭터도 더욱 육감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되돌아봤다.

‘멜랑꼴리’에 있어 지난 10여 년의 시간은 선구자와 개척자의 길이었다. 쉽게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없던 은밀한 이야기를 만화에서 밝고 유쾌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표현의 수위는 분명 노골적이지만 표현의 방법에는 위트가 깔려 있었기에 불쾌감을 비껴갈 수 있었다.
비타민이 성인용품 쇼핑몰을 열게 된 배경도 ‘멜랑꼴리’가 걸어왔던 과정과 흡사하다.
비타민은 “이왕 있는 화장실이라면 깨끗한 게 좋지 않은가”라고 성인용품 쇼핑몰을 오픈 한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깨끗한 화장실’을 추구하는 멜랑꼴리몰(www.merancori.com)은 지난 4월 사이트를 오픈했고 실제 이 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기존의 성인용품 쇼핑몰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페이지를 구성하는 색채가 상당히 밝은 데다 만화를 통해 친근한 캐릭터 ‘냥이’와 ‘멍이’가 등장해 성에 대한 지식을 일깨워주고 사이트 구성도 소개하고 있다.
비타민과 함께 멜랑꼴리몰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우 대표는 “그 동안 성인용품 시장이 음성적으로 성장해 오다 보니 시장 자체가 상당히 왜곡 돼 있는 점을 확인했다. 용품의 가격 구조가 그렇고 정품과 비품을 가려내는 기준조차 없었다. 시장을 양지로 드러냄으로써 왜곡 된 시장을 바로잡고 이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가 온라인 쇼핑몰을 구체적으로 기획한 데는 ‘멜랑꼴리’ 캐릭터가 중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도용 되고 있는 현실도 한 몫 했다. 김동우 대표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부문에는 비타민의 만화 캐릭터들 즉, ‘멜랑꼴리’나 ‘콜롯세움’ 같은 인기 만화들을 동남아시장으로 확장하는 영역이 있다. 그러나 저작권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사업을 위해 시장을 점검해 보니 멜랑꼴리의 인기를 확인한 점은 긍정적이나 무단복제가 판을 치는 현실을 보고 ‘갈 길이 먼 저작권 사업’임을 깨달았다.

고민 끝에 상품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양지로 끌어낸 성인용품 쇼핑몰을 구상하게 됐다.
김 대표는 우선 성인용품 사업이 활성화 돼 있는 일본 시장을 접촉했다. 일본에서 3, 4위 규모의 전문 업체인 ‘RENDS’를 비롯해 ‘토이즈 하트’ ‘NLS’ 등과 협의해 직수입 통로를 개척하고 합법적 유통의 토대를 마련했다.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타깃층도 ‘건강한 사랑을 키우는 커플’로 정했다. 김 대표는 “멜랑꼴리몰을 통해 건강한 삶과 사랑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 쇼핑몰도 색채 자체를 밝고 환한 것으로 선택해 몰을 ‘밝은 성’의 공간으로 꾸몄다”고 밝혔다.
멜랑꼴리의 작가 비타민은 “독자들로부터 그 동안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을 좋은 제품으로 돌려주고 싶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국밥집 할머니의 심정을 알겠더라. 내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양질의 정품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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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 쇼핑몰 멜랑꼴리몰(www.merancori.com)을 오픈한 멜랑꼴리의 작가 비타민. 아래 사진은 쇼핑몰 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우 대표와 찍은 컷.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