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템의 젠부샤쓰] 삼성 시대 개막...화무십일홍이 된 SK텔레콤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4.06.11 09: 37

어느덧 롤챔스 서머 시즌 개막이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롤 마스터즈를 삼성 갤럭시가 우승하면서 이번 서머 시즌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 보다 지대한 상황이죠. 과연 삼성 오존, 삼성 블루가 롤드컵 서킷 포인트를 얼마나 확보하게 될 지, 아니면 새로운 강자가 서머 시즌 우승을 차지할 지 열 네번째 젠부샤쓰는 그동안 LOL 역사를 살펴보는 겁니다.
초창기 시절부터 선수로 활약했던 온게임넷 이현우 해설이 막힘없는 시각과 유쾌한 해석으로 LOL 역사를 정리해줬습니다. 열 네번째 클템의 젠부샤쓰를 만나보시죠.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온게임넷 이현우 해설입니다. 새로운 삼성왕조의 탄생 , SK텔레콤의 부진. 그동안의 LOL역사를 되짚어볼까 합니다.

먼저 SK텔레콤의 부진, 삼성왕조의 탄생배경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그 동안의 LOL의 역사를 한번 ‘간단’하게 돌아볼까요? 여러분 원래 이론공부는 참 재미없지만 제가 최대한 오그라들게! 재미있게! 한번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나를 알아야 너를 알고,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LOL종주국으로서 북미의 위상이 한껏 높았고 유럽 또한 그런 북미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양강 체제로부터 LOL의 역사는 시작합니다. 한국에 서버가 없었고, 유럽서버는 핑이 너무 높아 플레이가 불가능했기에 국내 플레이어들이 북미에서 LOL을 익히던 시절이죠.
그 후 한국서버가 생겼지만, 기존부터 북미에서 플레이했던 속칭 북미섭 출신들이 굉장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흔히 말해 북미부심을 부린다고 할 정도로, 기존 북미서버 플레이어와 신규 플레이어와의 실력차이는 상당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수의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약자멸시를 당해가며 온갖 난관을 헤치며 플레이했었던 내공이 엄청났었기 때문입니다. 해서 두각을 드러낸 팀들이 삼파전을 벌이는 구도였죠. - 팀OP, EDG, MIG. 3대탑시절. 라일락 막눈 건웅. 중략.
 
한국 서버 오픈이후 잘하는 팀, 선수들이 속속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게임을 시작한 시간이 늦었기에 북미에게 사대(事大)를 할 수 밖에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LOL이 완벽히 자리 잡지 못했던 시기였죠. 이 때! 발 빠르게 2팀 체제를 구축하고 합숙훈련을 시작함으로서 다소 어수선했고, 걸음마 단계였던 LOL초창기를 일시적으로 통일하며 처음으로 나라를 세웠다고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구MIG,아주부(현CJ)였습니다. 명장라인의 시초 강현종감독의 대표적인 업적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로스트, 블레이즈가 보여준 2팀 체제의 시너지효과, 팀워크, 신선한 전략은 초기 LOL판을 좌지우지하기에 충분했으며 다른 팀으로 하여금 2팀 체제를 만들게 한 계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LOL 초대왕조의 시작인 것이죠.
하지만 그 강성함은 오래가지 못하고 시즌3부터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두 다이브!!의 나진소드(막눈중심의 공격적인 운영), 안정적이면서도 치밀한 맵 장악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삼성 오존(삼성표 탑의 시초 단단함의 옴므+ 댄디와 마타의 장악력.), 무관의 제왕 KT 불리츠 등 강자들이 속속 등장하며 다시 혼란의 시대가 열린 것이죠. 이 춘추전국시대는 초기 때와 달리 너무나 치열하여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었고, 도대체 누가 이 난세를 평정할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던 시기였죠. 그러던 중 혜성처럼 SK텔레콤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워낙 강팀들이 즐비했기에 신생팀인 SK텔레콤에게 신경 쓸 이유는 없었죠. “기껏해야 신생팀이지.”라는 생각이 주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고양인 줄 알았건만 호랑이였습니다.) 하지만 SK텔레콤 K는 생각보다, 너무나 강했고, 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K는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CJ, KT, 나진, 삼성 등등 한지역의 패자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팀들을 짚단처럼 베어 넘기며 무시무시한 괴력을 뽐냈습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 페이커가 있었습니다. 김정균 코치가 손수 만든 걸작 품 중 단연 발군의 기량을 뽐냈던 페이커는 K가 난세를 평정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LOL이 낳은 최고의 스타, 가장 캐리력이 강한 포지션인 미드를 맡고 있는 페이커는 기존의 3대미드, 4대미드 등등 우열을 가릴 수 없었던 미드 각축전구도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군림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강한지 전설의 6쏭급 선수로 평가 받았죠.) 임팩트, 벵기, 피글렛, 푸만두 모두 걸출한 인재임에는 분명하며 굉장히 안정적이면서도 항상 1인분이상해주는 플레이를 해준 것은 맞으나 기본적으로 페이커가 압도적인 전력을 보였기에 대 SK텔레콤 K의시대, 롤드컵 우승, 롤챔스 전승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 기록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한국이 LOL 최강국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죠.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다)’이라 했던가요. 영원할 것 같았던, 무적처럼 보였던 SK텔레콤는 꾸준히 국력을 키우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삼성에게 이번 스프링 때 무너져버립니다.
 
롤챔스 1,3위. 마스터즈 1위. 그럼으로써 바야흐로 삼성왕조의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의 경우 오존에 비해 블루가 다소 처지는 구도가 약점으로 꼽혔는데, 스프링에 접어들며 최윤상감독의 팀 컬러에 더 어울리게끔 양 팀의 미드라이너를 교체한 용병술이 절묘하게 작용하며 두 팀 모두 전력이 상승하였고 좋은 시너지를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정비한 블루와 오존은 너무나도 강력하며 그 위용은 과거 프로스트 블레이즈를 상회합니다. 이 기세는 적어도 올해까지는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전력이 탄탄하며 약점이 보이지 않는, 그러면서도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아주 이상적인 팀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표 탑 솔로로 불리 우는 안정적이면서도 단단한 탑솔로. 폭발력과 잔잔함을 같이 겸비한 미드. 공수를 겸비한, 갱킹과 운영이 모두 가능한 정글. 때로는 앞 비전이동을 쓰지만 때로는 누구보다 잡기 힘든 원딜. 소환사의 협곡이라는 큰 전장을 아주 효율적으로 지휘하고 조율하는 사령관 서포터.
이런 부분을 아주 잘 갖춘 삼성 팀 10명의 선수들은 정말 누가 봐도 강해보이며, 현재의 SK텔레콤로서는 상대하기 버거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 역사를 아주 쉽고, 간단하게(?) 훑어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왜 SK텔레콤 K가 이번 시즌에 주춤했는지에 대해 말해볼까요.
모든 선수들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삼성에게 K가 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 했습니다. 단순하게 말해 예전처럼 페이커가 독주하는, 미드 위에 군림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페이커는 아직도 굉장히 잘하는 플레이어가 맞고 충분히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미드플레이어임에는 분명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파리 올스타전에서도 아주 잘 드러났죠. 상대 미드가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이면 그냥 게임을 터뜨려버립니다.
 
그리고 K는 그 유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게임을 완벽히 이길지를 아주 잘 알고 있는 팀이며 실제로 그렇게 많은 게임을 이겨왔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미드가 팽팽하면? 만약 밀리기라도 하면? 그것이 K에게 발생한 이번 스프링의 최대 장애물이었습니다. 이번 스프링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걸출한 미드들이 많이 등장한 시즌이었습니다. 페이커가 미드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보이지 못하자 K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굉장히 안정적인 임팩트, 커버중심의 운영의 달인 벵기, 다소 과감한 플레이로 전장을 휘저었던 피글렛, 번뜩이는 천재성을 보유했으며 메타를 이끈 푸만두. 이 4명의 선수들의 플레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것이죠.
임팩트는 더 이상 안정적이지 못했고, 벵기는 동선낭비가 심해지며 굉장히 어중간한 정글러가 되어버렸습니다. 피글렛은 과감함이 선을 넘어 무리하는 플레이로 이어졌고 푸만두는 냉정을 잃었죠. 페이커 또한 “내가 캐리 해야 해”라는 생각이 강해서 일까요? 예전 같은 여유를 잃어버린 느낌이었죠.
이번 스프링을 지켜보면서 제가 느낀 점은 전반적으로 플레이어들(특히 미드)의 전력이 굉장히 상승해 분명 페이커가 독주할 수 없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K선수들의 플레이에서는 아직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엿보였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K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최근 펼쳐진 마스터즈 결승전에서 K는 여러 가지 시도를 했으며 팀 스타일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습니다. 본인들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 피드백이 이뤄진다면 다음 서머 때 다시 일어서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겠죠. 누가 뭐라 해도 그들은 전설적인 기록을 가진 팀, SK텔레콤 K니까요.
자 이제 개막전이 일주일 정도 남았습니다. 이번 서머는 롤드컵으로 이어지는 제일 중요한 관문인 만큼 저도 벌써부터 뜨거워집니다.
삼성, SK텔레콤, CJ, 나진, IM, KT 그리고 숨어있던 인재들, 흥분됩니다. 과연 삼성의 시대는 계속 이어질 것일지 아닐지.. 우리 함께 앞으로의 미래를 롤챔스에서 같이 써내려 가볼까요?
PS) 다음에 기회가 되면 LOL역사에 대해서 더 심층적으로 짚어보는 시간, 초식정글, 육식정글의 역사 등을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처음으로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쓴 만큼 많이 부족하나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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