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투수 등판, 피도 눈물도 없는 사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6.11 12: 59

피도 눈물도 없는 승부였다.
지난 1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시즌 6차전. 오후 6시30분에 시작한 경기는 밤 11시23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무려 4시간53분 혈투. 연장을 간 것도 아니었다. 정규 9이닝 경기를 펼쳤지만 양 팀은 가용 가능한 모든 투수들을 총동원하며 그야말로 '혈투'를 벌였다.
9이닝 정규이닝으로 한정할 때 최장시간 경기는 지난 2008년 5월24일 잠실 KIA-LG전, 2013년 4월18일 광주 KIA-LG전으로 정확히 5시간 혈투를 벌였다. 이날 광주 한화-KIA전은 4시간53으로 최장시간 경기는 아니었지만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바로 역대 최다 투수 등판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한화와 KIA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9명씩 투수들을 마운드 올렸다. 이는 지난 2002년 10월13일 광주 LG-KIA전 18명과 함께 타이를 이루는 기록이다. 당시 LG와 KIA도 나란히 9명씩의 투수들을 투입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는 무려 13회 연장 혈투 끝에 LG가 7-5로 KIA 이겼다. 한화-KIA전은 정규 9이닝 경기였다.
양 팀 선발투수들의 조기강판이 '역대급' 난타전을 부르고 말았다. 한화 케일럽 클레이가 1⅓이닝 7피안타(1피홈런) 1사구 6실점으로 무너졌고, KIA 김병현도 2⅔이닝 5피안타 3볼넷 1탈삼진 7실점(6자책)으로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발투수들이 대량실점으로 조기강판되며 경기는 '역대급 난타전'으로 흘러갔다.
스승과 제자의 승부였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다. 한화 김응룡 감독과 KIA 선동렬 감독은 사제지간으로 유명하다. 해태 시절 감독과 선수로 왕조를 건설했고, 삼성으로 옮겨서도 감독과 코치 그리고 사장과 감독으로 또 한 번 전성시대를 이끈 한몸이었다. 하지만 양 팀 모두 물러설 데가 없었고, 피도 눈물도 없는 승부를 벌였다.
KIA는 선발 김병현에 이어 최영필-심동섭-김태영-임준혁-어센시오-한승혁-박준표-김진우 등 무려 9명의 투수로 쓸 수 있는 투수를 모두 썼다. 한화 역시 클레이가 내려간 뒤 황재규-마일영-송창식-윤근영-윤규진-박정진-정대훈-안영명까지 KIA와 마찬가지로 9명의 투수들을 모두 써가며 맞불을 놓았다.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양 팀 모두 믿었던 마무리투수들이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 중에서 백미는 9회 선발투수들의 마무리 기용이었다. KIA가 9회초 15-13으로 앞선 2사 1·2루에서 김진우를 투입했지만 결과는 연속 안타에 이은 역전으로 블론세이브와 패전이었다. 그러자 한화도 16-15로 리드한 9회 1사에서 역시 선발 안영명을 넣었다.
제자 선동렬 감독이 선발을 마무리 기용하는 초강수를 던지자 스승 김응룡 감독도 똑같이 선발을 마무리로 넣어 긴 승부를 끝낸 것이다. 김진우와 안영명은 로테이션대로라면 나란히 12일 경기에서 선발로 맞대결할 투수들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승부를 외면할 수 없었다. 화요일 경기부터 9명의 투수를 총동원하며 내일이 없는 경기를 했다. 스승과 제자 모두 피도 눈물도 없는 혈투로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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