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잘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한화 외국인 투수 케일럽 클레이(26)가 결국 퇴출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화는 11일 클레이의 웨이버 공시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요청했다. 사실상 중도 퇴출 수순으로 클레이는 한국 무대 첫 해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게 됐다. 한화 외국인 투수 사상 첫 개막전 승리투수가 됐지만 그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며 시즌을 버티지 못했다.
클레이는 1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구단과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클레이는 "힘든 날이지만 한화 구단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한 뒤 "남은 시즌 동안 한화가 잘 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클레이는 "한화에는 좋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훌륭한 선수들도 많이 있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구단과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마무리했다. 외국인 투수로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며 남은 시즌 한화의 선전을 빌었다.
한화는 클레이의 안정된 제구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그를 영입했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클레이는 올해 10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8.33으로 외국인 투수답지 않은 성적을 냈다. 한국의 공인구,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한 채 집중타를 맞았다.
지난달 초 어깨 염좌로 2군에 다녀온 후 2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돼 반전 계기를 마련하는가 싶었지만 지난달 28일 대전 NC전에서 2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7실점으로 난타당했다. 이어 10일 광주 KIA전에서도 1⅓이닝 7피안타(1피홈런) 1사구 6실점으로 난타당했다. 결국 고별전이 되고 말았다. 10경기 중 퀄리티 스타트는 1경기로 5회 이전 조기강판이 무려 5경기였다.
피안타율(.367) WHIP(2.17) 등 세부 기록도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 가장 큰 강점으로 기대된 제구력도 40이닝 동안 25볼넷으로 9이닝당 5.63개로 불안했다. 직구 구속이 140km 안팎에 그치며 확실한 주무기가 없는 클레이로서는 제구마저 흔들리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한화는 클레이를 대체할 외국인 투수를 어느 정도 점찍어 놓은 상태로 조만간 계약을 완료한 뒤 곧바로 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클레이의 바람대로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를 꺼내든 한화가 반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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