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좌익수' 위험한 실험, 대성공 거뒀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6.11 21: 58

11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LG 트윈스전 양 팀 선발라인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롯데 내야수 박종윤(32)이 데뷔 후 처음으로 좌익수 선발 출장을 한 사실이었다.
롯데는 박종윤과 최준석, 루이스 히메네스의 공존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두 1루수가 수비 포지션이라 한 명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김시진 롯데 감독이 내놓은 복안은 박종윤을 외야로 보내는 것이었다. 박종윤은 캠프 때부터 계속해서 좌익수 훈련을 받았고, 시즌 중에도 경기 전 수비훈련에서는 1루 미트보다 외야수 글러브를 끼는 시간이 많았다.
그 동안 김시진 감독은 박종윤이 외야로 나갈 수 있냐는 질문에 "가능성만 있다. 실제로는 수비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기존 좌익수 자원인 김문호가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박종윤의 좌익수 투입이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박종윤은 좌익수 훈련을 받고 난 뒤 "포구는 괜찮은데 타구판단이 쉽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루에서는 국내 정상급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박종윤이지만, 외야에서 뜬공을 포착해 잡아내는 건 아예 다른 일이다. 외야에서 실책이 하나 나오면 최소 2루타임을 감안하면 박종윤의 좌익수 선발 출전은 위험한 실험이었다.
박종윤이 이날 좌익수로 이동한 덕분에 최초로 4번 히메네스-5번 최준석-6번 박종윤 라인업이 이뤄졌다. 어차피 히메네스는 붙박이 4번 타자인 것을 감안한다면 최준석과 박종윤이 동반 활약을 펼친 건 분명 롯데에 고무적이었다.
박종윤은 좌익수 수비에서 무난한 모습을 보여줬다. 1회 정성훈의 2루타 펜스플레이를 하는 과정에서 다소 익숙하지 않은 듯 공을 따라다녔지만 이후에는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딱히 어려운 타구가 가지는 않았지만 외야 왼쪽에 박종윤이 있다고 해서 불안하지도 않았다.
박종윤이 좌익수로 출전하며 가장 큰 수혜를 본 선수는 최준석이다. 이날 LG 선발투수가 우완 임정우였던 점을 감안하면 박종윤이 좌익수로 나서지 않았을 경우 선발 1루수는 박종윤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최준석은 1-1로 맞선 6회 2사 1,2루에서 좌측 담장을 직접 때리는 라인드라이브 2루타로 결승타를 뽑아내면서 타석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최준석 대신 대주자 임종혁이 투입되면서 박종윤은 7회부터 원래 자리인 1루수로 옮겼다. 그리고 8회초 1사 1,2루 위기에서 조쉬벨의 파울플라이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 관중석으로 넘어가는 걸 건져내는 놀라운 호수비를 펼쳤다.
이날 박종윤의 성적은 2루타 포함 4타수 1안타. 좌익수로는 안정적인 수비를, 1루수로는 하이라이트에 나올만한 놀라운 수비를, 타자로는 2루타를 치고난 뒤 슬라이딩을 하다가 턱 살갗이 벗겨지는 투혼까지 보여줬다. 박종윤의 활약으로 롯데는 4-1로 승리를 거뒀고, 앞으로 선수 기용에도 유연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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