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선발진 부족’ LG, 기우제 지내야 하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6.12 06: 06

승리만큼이나 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LG가 포수와 선발투수, 두 포지션에서 얕은 선수층으로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주전포수 최경철은 11경기 연속 선발 출장 중이다. 선발진은 오는 15일까지 우천취소 경기가 없을 경우, 여섯 번째 선발투수를 올려야만 한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백업포수인 2년차 김재민을 선발 출장시키고, 신재웅 윤지웅 등 선발 경험이 있는 투수를 15일에 선발 등판시키면 된다. 이를 두고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 4일 휴식기 없이 치러지는 30경기를 앞두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비가 몇 차례 와주는 것이다”며 행운의 비가 강하게 내리기를 바랐다.

시즌 전 선수명단을 놓고 보면, LG가 이 정도로 포수진 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라 예상하기는 힘들었다. 정상급 포수는 없어도 베테랑 포수 현재윤과 지난해 주전포수로 올라선 윤요섭이 있다. 스프링캠프서 가장 돋보였던 최경철도 있고 조윤준 김재민 등의 신예 포수들은 이들의 백업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올 시즌 LG 포수진은 마치 마가 낀 듯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윤의 경우, 지난 연말 손가락 수술로, 애초에 5월에 올라올 예정이었다. 순조롭게 몸을 만들며 5월 복귀가 보였지만, 3군 경기 중 다시 부상을 당해 복귀 시기가 늦춰졌다. 현재윤은 빨라야 후반기에 1군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윤요섭은 어깨 부상에 따른 송구 능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출장이 어려운 상태는 아니지만, 안 좋은 어깨로 2루 송구를 하다가 밸런스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조윤준은 2군 경기서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와 충돌,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쳐 수술 후 재활 중이다.
결국 등록된 포수 5명 중 3명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그러면서 생존한 포수 2명 모두 1군에 있다. 2군은 어쩔 수 없이 신고 선수로 포수진을 꾸려야만 하는 처지다. 어쨌든 1군은 최경철을 선발 포수로, 2군은 신고 선수 2. 3명으로 근근이 버티는 중이다. 하지만 1군은 당장 최경철의 체력이 바닥을 치면 답이 없어진다. 양 감독은 최경철 대신 김재민을 선발 기용하는 것에 대해 “아직은 재민이가 선발로 출장하기는 힘든 상태다. 경기 중간 재민이가 나갈 수는 있지만, 한 경기 전체를 맡기기는 쉽지 않다”며 “경철이가 최대한 버텨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우리 팀의 키 플레이어는 최경철이다”고 최경철의 체력과 컨디션 유지가 현재 LG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봤다.
선발진도 포수진과 마찬가지다. 시범경기 기간만 하더라도 LG는 투수 8, 9명이 선발투수 다섯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당시 외국인투수 한 명이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적어도 선발진 자원은 넉넉한 듯했다. 그러나 개막 2연전에 선발 등판했던 김선우와 임지섭이 2군에 내려갔고, 1년 만에 복귀한 김광삼도 아직 1군에 오를 컨디션이 아니다. 지난해 5선발 역할을 충실해 수행한 신정락은 시즌 초 골반 통증으로 이탈, 아직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없어도 선발진 정예 5명은 만들어진다. 류제국 우규민 임정우의 토종 3인방과, 에버렛 티포드 코리 리오단의 외국인 투수 2명까지, LG가 올 시즌 선발진에 공백이 생긴 적은 없다. 문제는 앞으로 류제국이 주 1회 등판하기로 한 것이다. 류제국은 지난 4일 휴식기 동안 양상문 감독과 면담을 통해 화요일과 일요일 등판 시 수술했던 팔꿈치에 통증이 온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양 감독은 류제국을 주 1회 선발 등판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때로는 여섯 번째 선발투수가 필요하다. 당장 이번 주 류제국이 지난 10일 화요일에 선발 등판했기 때문에 오는 15일 일요일에 선발진 외 누군가가 1회부터 마운드에 올라야한다. 앞서 말한 신재웅과 윤지웅이 유력한 후보한데 둘은 올 시즌 각각 평균자책점 5.68, 5.40으로 고전 중이다. 신재웅은 이미 두 차례 선발 등판했으나 총합 8이닝 10실점(8자책점)하며 무너졌다. 양 감독이 5선발 후보로 기다리고 있는 신정락과 김광삼은 당장 이번 주에 합류하기는 힘들다.
결국 LG는 양 감독의 말처럼 우천취소가 최고 시나리오다. 비로 경기가 취소되면, 자연스레 최경철은 휴식을 취하고 선발진은 한 경기씩 밀린다. 더 이상 최경철의 연속 선발 출장에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고, 15일 선발 등판시킬 투수를 놓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아직 LG가 있는 부산에는 경기가 취소될만한 규모의 비는 오지 않고 있다. 11일 LG 홈 잠실구장에는 강한 소나기가 내렸고, 이날 잠실과 목동 경기 모두 취소됐다. 그러나 사직은 아무 문제없이 시원한 날씨 속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12일 열리는 사직 3연전 마지막 경기도 우천취소를 장담할 수 없다. 농부가 지독한 가뭄 속에서 하늘을 향해 비를 바라듯, LG 포수진과 선발진도 기우제를 지내야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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