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희끗희끗한 두 중년배우가 맞붙었다. 40년 우정은 돈과 권력 앞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작은 의심에서 촉발된 두 사람의 몸싸움은 처절하고 진지해서 더 우스웠다. ‘누가 누가 더 유치한가’를 보여주기 위한 듯한 일련의 싸움들은 정보석과 김규철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어우러지며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연상케 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극본 유현미 극본, 연출 홍석구 이진서) 17회에는 서동하(정보석 분)와 박희서(김규철 분)를 이간질하고, 김재갑(이호재 분)의 호감을 얻으며 복수에 가까워진 강도윤(김강우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먼저 도윤은 서동하와 박희서를 이간질하며 골든크로스 와해에 불을 지폈다. 서동하에게는 그가 추진하는 사모펀드에 거액의 투자를 할 듯한 액션을 취하면서도, 박희서에게는 서동하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거라고 호언장담한 것. 특히 그는 “김재갑 전 총재 같은 분을 앞세우고 박변호사님이 직접 운영하면 되지 않겠냐. 왜 자꾸 2인자처럼 뒤로만 물러나느냐”고 도발하며 박희서의 야심을 자극했다.

그러면서 도윤은 3년 전 서이레(이시영 분)를 죽이도록 지시한 이가 박희서임을 밝혀낸 후, 이레에게 이 같은 정보를 건넸다. 이레는 덕분에 부친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오해를 풀고 마음의 짐을 벗었다. 뒤늦게 박희서의 만행을 알게 된 서동하는 박희서에게 어떻게 40년 우정이 원수만도 못하냐고 쏘아붙이며 무자비한 폭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박희서는 “내가 일부러 그런 줄 알아. 네가 싼 똥 치우려고 그런 거 아니야”라며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딸 때문에 전전긍긍. 네가 좋은 아빠 코스프레 하는 동안 네 딸 객기 막느라고 얼마나 애가 탔는 줄 알아. 입장 바꿔서 만약 내 자식이 너 집어넣었다고 했다면 너도 내 새끼 죽였을 거다”고 일갈했다.
이에 서동하가 “내가 너 같은 줄 알아?”라고 반문하자, 박희서는 “아이고 사람은 둘이나 죽인 새끼가”라고 조롱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동하는 자신의 범행을 발뺌하며 대한민국 경제부총리를 능멸한다고 분노했지만, 박희서는 “아이고 혼자 보기 아깝다. 내가 하루 동안 연락이 안 되면 네 놈이 사람을 죽였다는 경찰청으로 날아가게 돼 있어. 40년간 네 똘마니로 있으니까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여. 내가 네 구린 구석 샅샅이 알고 있거든”이라고 응수해 눈길을 끌었다.
모든 게 도윤의 계획대로였다. 서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유치한 말다툼에 끈끈한 40년 우정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마이클(엄기준 분)은 홍사라(한은정 분)를, 서동하는 도윤의 모친 금실(정애리 분)을 볼모로 도윤이 테리영과 동일인임을 밝혀내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분노한 도윤은 서동하에게 “박희서 변호사님 좀 자중시키세요. 술만 마시면 부총리님 약점을 알고 있다고 자랑합니다”라고 결정적인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서동하는 덥썩 물었다. 서동하는 또다시 박희서와 티격태격 다투다 그가 유심칩을 증거로 가지고 있다는데 격분해 박희서를 차로 쳤다. 박희서의 위중한 상태에 서동하는 완전범죄를 꿈꾸며 안도했지만, 응급실에 나타난 도윤은 “왜 그러셨어요”라고 서동하를 몰아세워 짜릿함을 안겼다.
종영까지 단 3회 방송을 남겨두고 있는 ‘골든크로스’. ‘골든크로스’가 뒷심을 발휘하며 높은 사랑을 받고 있는 데는 차진 스토리와 함께 배우들의 열연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친구로 등장하는 정보석과 김규철은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사회적 지위에 걸맞지 않은 품행과 졸렬함을 가진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하며 극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한편 '골든크로스'는 우리나라 상위 0.001%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의 비밀 클럽 이름으로, 이 비밀 클럽의 음모에 휩쓸린 한 남자의 욕망과 음모를 그린 탐욕 복수극을 그린다. 김강우, 이시영, 엄기준, 한은정, 정보석 등이 출연하며 '힘내요 미스터 김'의 홍석구 PD, '각시탈'의 유현미 작가가 호흡을 맞춘다. 매주 수,목요일 오후 10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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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크로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