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핵심 퍼즐인 박주영(29, 왓퍼드)과 구자철(25, 마인츠)의 경기력이 심상치 않다. 페이스가 올라오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서다. 그러나 두 선수에 대한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신뢰는 굳건하다. 두 선수가 이런 신뢰에 보답해야 대표팀이 산다.
16강에 도전하는 한국은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가나와의 최종평가전에서 0-4으로 크게 졌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평가전에서 이런저런 씁쓸한 뒷맛을 남긴 셈이 됐다. 아직 선수들의 컨디션이 100%가 아님을 고려해도 공·수 모두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투지가 실종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진 엉성한 수비도 수비였지만 공격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박주영과 그 아래에서 보조를 맞추는 구자철의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이 속출했다. 손흥민과 이청용의 양쪽 날개는 그나마 활력이 있어 보였지만 중앙에서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자 전반적으로 공격이 꽉 막혀 버렸다.

아직 본선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면죄부는 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하다. 대안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른바 ‘홍심’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원칙 논란’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이 껴안은 대표적인 선수다. 튀니지, 가나와의 경기에서도 모두 주전으로 나섰다. 구자철은 이번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찬다. 그 자체만으로도 홍 감독의 든든한 신뢰를 읽을 수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도 주전 출장이 확실시된다.
결국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두 선수가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대표팀의 경기력이 향상될 수 있다. 박주영은 전형적인 박스 스트라이커 유형의 선수가 아니다. 좌우를 쓴다. 구자철의 적절한 2선 침투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그런데 동선이 겹치면 자연히 공격이 꼬일 수밖에 없다. 가나전이 상징적이다. 가나전에서도 두 선수의 위치는 논란이 됐다. 서로를 뒷받침해주지 못했고 오히려 동떨어졌다. 구자철 홀로 적진에 남겨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수비에서도 좀 더 많이 뛰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선수는 수비시 중원으로부터 시작되는 상대의 공격을 1차적으로 막아야 할 선수들이다. 그러나 가나전에서는 움직임 자체가 적고 무뎌 이런 몫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중원에서 수적 열세를 드러냈고 상대의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박스에 수비수를 가둬놓고도 득점을 터뜨릴 수 있는 벨기에는 물론, 러시아와 알제리도 역습에 강하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조커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구자철의 자리에는 이근호가, 박주영의 자리에는 김신욱이나 지동원이 들어갈 수 있다. 혹은 2선 공격수를 포기하고 측면을 최대한 살릴 수도 있다. 다만 대표팀은 마지막 평가전 일정에서 이런 ‘플랜B’를 충분히 실험해보지 못한 경향이 있다. 홍명보 감독의 ‘복심’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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