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못하는 게 뭘까.
삼성 라이온즈 강타자 최형우(31)가 '수비 요정'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최형우는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4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뒤 8회부터 포수로 수비 위치를 옮겼다. 지난해 8월 23일 대구 두산전 이후 293일 만의 마스크 착용.
상황은 이랬다. 삼성은 7회초 공격 때 선발 포수 이지영 대신 백상원을 대타로 교체 투입했다. 그리고 이흥련이 7회말 수비 때부터 안방을 지켰다. 8회초 공격 때 2사 1,3루 추격 기회를 마련한 삼성은 이흥련 타석 때 김태완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1군 엔트리에 포함된 포수 2명 모두 교체한 삼성은 8회말 수비 때 최형우에게 포수 중책을 맡겼다.

잘 알려진대로 최형우는 포수 출신이다. 그는 경찰청에 입대한 뒤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해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력 향상에 주력했다. 삼성은 이같은 상황을 대비해 최형우와 박석민을 '보험용 포수'로 활용할 계획을 내비쳤다. 이들은 전훈 캠프 때 포수 훈련을 받기도 했다. 이날 심창민과 배터리를 이룬 최형우는 '보험용 포수'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최형우는 포수로서 합격점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최형우를 계속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리그 최고의 좌타 거포인 최형우는 수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반쪽 선수가 되기 싫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은퇴하는 그날까지 수비를 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언젠가 최형우는 "선수는 팀에서 정해주는 자리에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타순 또한 4번이든 9번이든 누상에 주자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형우는 1루 수비까지 소화 가능하다. "팀을 위해서라면 어느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최형우의 말이다.
현대 야구에서 멀티 플레이어가 대세다. 1군 엔트리가 한정된 가운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선수가 감독들에게 인기다. 4번 중책과 다양한 수비 포지션을 소화하는 최형우는 삼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다.
현재 분위기라면 향후 최형우가 FA 자격을 획득했을때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형우의 끊임없는 노력이 만든 성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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